진설병
성경 · 절기·제도
진설병은 성막과 성전의 성소 안 금 상 위에 하나님 앞에 늘 차려 두던 열두 개의 떡이다. 안식일마다 새것으로 바꾸고, 물린 떡은 제사장이 먹었다.
성경 본문
진설병(陳設餠)은 '벌여 차려 놓은 떡'이라는 뜻이다. 출애굽기 25:23-30은 조각목(아카시아 나무)으로 상을 만들어 금으로 싸라고 명한다. 이어서 "진설병을 항상 내 앞 상 위에 둘지니라"(출애굽기 25:30)고 한다. 이 상은 성막의 성소 북쪽, 휘장 바깥에 놓였다(출애굽기 40:22-23).
레위기 24:5-9는 진설병을 만들고 다루는 법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
- 고운 가루로 떡 열두 개를 굽는다. 떡 하나에 10분의 2 에바를 쓴다.
- 떡을 여섯 개씩 두 줄로 상 위에 벌여 놓고, 각 줄 위에 정결한 유향을 둔다. 유향은 기념물로 여호와께 화제(불살라 드리는 제물)로 드린다.
- 안식일마다 새 떡으로 바꾼다. 물린 떡은 아론과 그 자손이 거룩한 곳에서 먹는다.
광야에서 진을 옮길 때는 이 상을 청색 보자기로 덮었다(민수기 4:7). 왕정 시대에는 예루살렘 성전에도 진설병 상이 있었다(열왕기상 7:48). 역대상 9:32는 레위 지파 고핫 자손 가운데 일부가 안식일마다 진설병을 준비했다고 적는다. 사무엘상 21:1-6에서는 사울을 피해 도망하던 다윗이 놉의 제사장 아히멜렉에게서 이 '거룩한 떡'을 받아 먹었다.
낱말과 배경
히브리어로는 주로 '레헴 하파님'이라 한다. 직역하면 '얼굴의 떡'으로, 하나님의 얼굴 앞, 곧 그분 앞에 두는 떡이라는 뜻이다. '진열하는 떡'이라는 표현도 쓰인다. 칠십인역과 신약은 '앞에 놓아 둔 떡'이라는 뜻의 헬라어로 옮겼다.
성경은 이 떡에 누룩을 넣었는지 밝히지 않는다. 다만 유대 전통은 누룩 없는 떡으로 전한다. '두 줄'을 나란히 놓은 줄로 볼지, 쌓아 올린 두 더미로 볼지도 해석이 갈린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떡이 열두 개인 것은 흔히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나타낸다고 이해된다. 레위기 24:8은 진설병을 '영원한 언약'이라 부른다. 이는 이스라엘 전체가 언제나 하나님 앞에 있고 그분의 공급 아래 산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약에서 예수는 안식일 논쟁 가운데 다윗이 진설병을 먹은 일을 예로 든다(마태복음 12:3-4, 마가복음 2:25-26, 누가복음 6:3-4). 그리고 이를 하나님이 제사보다 자비를 원하신다는 말씀(마태복음 12:7), 인자가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말씀(마가복음 2:27-28)으로 이었다. 히브리서 9:2는 성소의 기구로 등잔대와 상, 진설병을 꼽는다.
해석과 논점
- 그리스도의 예표: 기독교 해석에서는 진설병을 "나는 생명의 떡이니"(요한복음 6:35)라고 말한 예수 그리스도를 미리 보여 주는 그림자로 읽는 경우가 많다. 천주교를 비롯한 일부 전통은 성찬과 연결해 읽기도 한다. 반면 본문이 직접 밝히지 않는 세부까지 상징을 대입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 아비아달 문제: 마가복음 2:26은 이 일이 "아비아달 대제사장 때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무엘상 21장에 나오는 제사장은 아비아달의 아버지 아히멜렉이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대표적이다. 하나는 아비아달이 뒤에 널리 알려진 대제사장이어서 그 이름으로 시대를 가리켰다는 설명이고, 다른 하나는 '아비아달에 관한 대목에서'라는 뜻으로 읽는 설명이다. 이 구절은 성경 무오설 논의에서 자주 다뤄진다.
- 덧붙여진 전승: 떡이 일주일 뒤에도 갓 구운 듯 따뜻했다는 이야기는 랍비 문헌에 전하는 전승이며, 성경 본문에는 나오지 않는다.
한국 교회에서
진설병은 성막을 다루는 성경공부나 성막 모형 전시에서 등잔대·분향단과 함께 소개되는 일이 많다. 설교에서는 흔히 생명의 떡이신 그리스도, 그리고 날마다 말씀을 먹는 신앙생활에 빗대어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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