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
성경 · 지명
벧엘은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의 가나안 땅 지명이다. 야곱이 꿈에 하나님을 만난 곳이며, 왕국 분열 뒤에는 북이스라엘의 금송아지 제단이 세워진 곳이다.
성경에 나오는 곳
- 아브라함: 아브라함은 벧엘과 아이 사이에 장막을 치고 제단을 쌓았다(창세기 12:8). 애굽에서 돌아와서도 이곳에서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창세기 13:3-4).
- 야곱의 꿈: 형을 피해 하란으로 가던 야곱은 이곳에서 꿈을 꾸었다. 꿈에서 그는 하늘에 닿은 사닥다리와 그 위를 오르내리는 하나님의 사자들을 보았다(야곱의 사다리, 창세기 28:10-22). 잠에서 깬 야곱은 베개로 삼았던 돌을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부었다. 그리고 그곳 이름을 벧엘이라 하고, 받은 것의 십분의 일을 드리겠다고 서원하였다.
- 야곱의 귀환: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야곱은 가족의 우상을 버리고 다시 벧엘로 올라갔다. 그는 그곳에 제단을 쌓고 '엘벧엘', 곧 '벧엘의 하나님'이라 불렀다(창세기 35:1-15).
- 사사 시대와 사무엘: 한때 언약궤가 이곳에 있었다(사사기 20:26-27). 사무엘은 해마다 벧엘, 길갈, 미스바를 돌며 이스라엘을 다스렸다(사무엘상 7:16).
- 분열 왕국 시대: 여로보암은 백성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지 않게 하려고 벧엘과 단에 금송아지를 세웠다(열왕기상 12:28-33). 훗날 유다 왕 요시야가 벧엘의 제단을 헐었다(열왕기하 23:15).
- 선지자들: 엘리야와 엘리사가 벧엘을 거쳐 갔고, 그곳에는 선지자의 제자들이 있었다(열왕기하 2:2-3). 아모스는 벧엘에서 예언하다가 그곳 제사장 아마샤에게 쫓겨났다(아모스 7:10-13). 호세아는 벧엘을 '벧아웬', 곧 '죄악의 집'이라고 비꼬아 불렀다(호세아 4:15).
배경
'벧'은 히브리어로 '집'이고 '엘'은 '하나님'이다. 그래서 벧엘은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이 된다. 이 이름이 붙기 전에는 루스라고 불렸다(창세기 28:19). 벧엘은 예루살렘 북쪽 산지에 있는 베냐민과 에브라임 지파의 경계 지역에 속했다(여호수아 18:13). 오늘날에는 흔히 베이틴 일대로 보지만, 다른 자리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벧엘은 하나님을 만나 예배를 드린 장소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우상 숭배의 중심지가 되었다. 여로보암이 금송아지 앞에서 한 말(열왕기상 12:28)은 출애굽기 32:4의 금송아지 사건에서 나온 말과 거의 같다. 신약에는 벧엘이라는 지명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예수가 나다나엘에게 "하나님의 사자들이 인자 위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리라고 한 말(요한복음 1:51)은 야곱의 꿈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많은 해석자는 이 말씀이 하늘과 땅을 잇는 자리를 예수 그리스도께 돌린 것으로 읽는다. 한편 신약은 '하나님의 집'이라는 개념을 교회와 성도에게 적용한다(디모데전서 3:15, 고린도전서 3장 16-17절).
해석과 논점
- 사닥다리의 모양: 창세기 28:12에서 '사닥다리'로 옮긴 히브리어 낱말은 성경에 이곳에만 나온다. 그래서 이것을 사다리로 볼지 계단으로 볼지를 두고 학자들의 견해가 나뉜다.
- 야곱의 서원: 야곱의 서원은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라는 조건으로 시작한다(창세기 28:20-22). 이 조건을 두고 아직 미숙한 신앙이 드러난 흥정으로 읽는 해석이 있고, 약속을 받은 사람이 믿음으로 응답한 것으로 읽는 해석도 있다.
- 십일조의 근거: 이 서원은 율법이 주어지기 전의 십일조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반면 이것은 개인이 스스로 한 서원일 뿐 모두에게 주어진 명령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십일조 논쟁).
- 본문 밖의 전승: 야곱이 베고 잔 돌이 훗날 영국 왕의 대관식에 쓰인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 이야기는 성경 본문에 근거하지 않는다.
한국 교회에서
'벧엘'은 교회, 기도원, 수련회 이름에 널리 쓰인다. 창세기 35장을 본문으로 한 "벧엘로 올라가자"는 처음 신앙을 회복하자는 뜻으로 부흥회나 신년 설교에서 자주 쓰이는 주제이다. 야곱의 꿈을 바탕으로 지은 찬송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도 한국 교회에서 오래 불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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