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
성경 · 절기·제도
제비뽑기는 사람이 직접 정하기 어려운 일을 표식을 뽑아 정하던 관습이다. 성경에서는 땅 분배, 직무 배정, 사도 선출 등에 쓰였고, 결과를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성경 본문
구약에서 제비뽑기는 여러 자리에 나온다.
- 속죄일: 속죄일에 대제사장은 염소 두 마리를 두고 제비를 뽑았다. 한 마리는 여호와께, 다른 한 마리는 '아사셀'에게 돌렸다(레위기 16:8-10).
- 땅 분배: 민수기 26:55-56은 가나안 땅을 제비로 나누라고 명령한다. 여호수아는 실로에서 여호와 앞에 제비를 뽑아 남은 지파들의 땅을 나누었다(여호수아 18:6-10).
- 직무 배정: 다윗 시대에 제사장 반열, 찬양하는 자, 문지기의 순서를 제비로 정했다(역대상 24-26장). 포로에서 돌아온 뒤에는 예루살렘에 살 사람을 이 방법으로 뽑았다(느헤미야 11:1).
- 이방인의 제비뽑기: 하만은 유대인을 멸할 날을 정하려고 '부르', 곧 제비를 뽑았다(에스더 3:7). 부림절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왔다(에스더 9:26). 요나가 탄 배의 선원들도 제비를 뽑아 재앙의 원인을 찾았다(요나 1:7).
신약에서는 다음 장면들에 나온다.
- 사가랴는 제비에 뽑혀 성소에 분향하였다(누가복음 1:9).
- 군인들은 예수의 옷을 두고 제비를 뽑았다. 요한복음 19:24는 이를 시편 22:18의 성취로 적는다.
- 사도들은 가룟 유다의 자리를 채우려고 두 후보를 세웠다. 기도한 뒤 제비를 뽑아 맛디아를 열한 사도에 더하였다(사도행전 1:23-26).
배경과 낱말
히브리어 '고랄'과 그리스어 '클레로스'는 제비뽑기에 쓰는 표식을 가리킨다. 두 낱말은 그 결과로 받은 몫이나 기업(물려받은 땅)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뽑았는지는 본문이 밝히지 않는다. 고대 근동에서 널리 쓰이던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여호와 앞에서" 행했다는 점이 강조된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잠언 16:33은 "제비는 사람이 뽑으나 모든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라고 하여 결과를 하나님의 주권 아래 둔다. 잠언 18:18은 제비뽑기가 다툼을 그치게 한다고 말한다. 사도행전 1장 이후 신약에는 교회가 제비를 뽑았다는 기록이 없다. 오순절 성령 강림 뒤 교회는 회중의 선택(사도행전 6장)이나 예루살렘 공의회의 논의(사도행전 15장)로 일을 결정한다.
해석과 논점
- 맛디아 선출의 평가: 많은 해석자는 맛디아 선출을 정당한 사도 보충으로 본다. 일부는 사도들이 성령을 받기 전에 한 일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를 조심스럽게 평가한다.
- 오늘날의 사용: 성령 강림 이후에는 성령의 인도와 공동체의 분별이 제비뽑기를 대신했다고 보는 이해가 개신교에서 널리 퍼져 있다. 반면 모라비아 형제단처럼 기도와 함께 제비를 뽑아 중요한 결정을 내린 전통도 있다.
- 점술과의 구분: 성경은 점치는 일을 금한다(신명기 18:10). 그래서 제비뽑기를 점술과 어떻게 구분할지가 논의되어 왔다.
- 우림과 둠밈: 우림과 둠밈을 제비뽑기의 한 형태로 보는 견해가 있다. 다만 성경은 그 사용법을 설명하지 않는다.
- 본문에 없는 해석: 아간이 드러난 일(여호수아 7장)과 사울이 왕으로 뽑힌 일(사무엘상 10:20-21)도 흔히 제비뽑기로 이해된다. 그러나 해당 본문은 "뽑혔다"고만 적는다.
한국 교회에서
한국 교회에서는 잠언 16:33과 사도행전 1장이 하나님의 인도와 주권을 다루는 설교에 자주 인용된다. 교단 선거에서 금권 선거를 막을 방법으로 제비뽑기가 논의되기도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가 2000년대에 임원 선거에 제비뽑기를 도입했다가 여러 차례 방식을 바꾼 일이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공정성을 높인다는 평가가 있다. 동시에 분별과 책임을 우연에 맡긴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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