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성경 · 개념·용어
나그네는 자기 땅을 떠나 남의 땅에 머물러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성경 용어이다. 구약 율법은 나그네 보호를 명하고, 신약은 신자를 세상 속의 나그네로 부른다.
성경 본문
나그네는 자기 고향이 아닌 곳에 머물러 사는 사람이다. 개역개정은 문맥에 따라 '나그네', '거류민', '객', '이방 나그네' 등으로 옮겼다.
- 족장과 모세: 아브라함은 사라를 장사할 땅을 구하면서 헷 족속에게 "나는 너희 중에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라고 말했다(창세기 23:4). 모세는 미디안에서 낳은 아들의 이름을 게르솜이라 짓고, 자신이 타국에서 나그네가 되었음을 그 이름에 담았다(출애굽기 2:22).
- 율법: 출애굽기 22:21, 레위기 19장 33-34절, 신명기 10:18-19는 나그네를 학대하지 말고 자기같이 사랑하라고 명한다. 그 근거로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다"는 기억을 든다. 추수 때 곡식을 남겨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가 거두게 하라는 규정(신명기 24:19)이 있다. 안식일에는 "네 문안에 머무는 객"도 쉬게 하라는 계명(출애굽기 20:10)도 있다.
- 룻과 시편: 모압 여인 룻은 보아스 앞에서 자신을 "이방 여인"이라 불렀다(룻기 2:10). 시편 39:12의 기도자는 자신을 주와 함께 있는 나그네라 하고, 시편 146:9는 여호와께서 나그네를 보호하신다고 노래한다.
- 신약: 예수는 양과 염소 비유에서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라고 말한다(마태복음 25:35). 히브리서 11:13은 믿음의 조상들이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임을 증언했다고 적는다. 베드로전서는 수신자들을 "흩어진 나그네"(베드로전서 1:1), "거류민과 나그네"(베드로전서 2:11)라고 부른다.
배경과 원어
히브리어 '게르'는 이스라엘 가운데 자리 잡고 사는 외국 출신 거주자를 말한다. 게르는 대개 물려받은 땅(기업)이 없었다. 그래서 율법에서 고아·과부와 함께 보호받아야 할 약자로 자주 묶인다. '토샤브'도 머물러 사는 사람을 뜻하며, 게르와 짝을 이루어 쓰이기도 한다(창세기 23:4, 레위기 25:23). 잠시 지나가는 외국인은 '노크리'로 구별되기도 한다.
칠십인역(구약의 고대 그리스어 번역)은 '게르'를 흔히 '프로셀뤼토스'로 옮겼다. 이 말은 뒤에 유대교로 들어온 '개종자'라는 뜻으로 굳어졌다. 신약에서는 '파로이코스'(거류민), '파레피데모스'(잠시 머무는 사람), '크세노스'(낯선 사람, 손님)가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나그네라는 말에는 두 갈래의 의미가 있다.
- 윤리적 의미: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나그네로 살았던 경험은 이웃의 나그네를 돌보라는 명령의 근거가 된다.
- 신앙적 정체성: 레위기 25:23은 땅이 하나님의 것이며 백성은 그 앞에서 거류민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나그네는 하나님 백성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이 된다.
신약은 두 갈래를 모두 이어받는다. 히브리서는 나그네 된 조상들이 더 나은 본향을 바랐다고 해석한다(히브리서 11장 13-16절). 베드로전서는 세상 속에 흩어져 사는 신자의 처지를 나그네로 표현한다. 한편 에베소서 2:19는 이방인 신자들이 이제 "외인도 아니요 나그네도 아니"라고 한다. 이 구절에서 나그네는 하나님 백성 바깥에 있던 처지를 뜻한다. 손님을 대접하라는 권면(히브리서 13:2)은 나그네를 맞아들이는 윤리를 이어 간다.
해석과 논점
- 영적 순례와 사회적 환대: 청교도와 부흥운동 계열의 경건 전통은 '이 세상은 본향이 아니다'라는 순례자 의식을 강조해 왔다. 사회 참여를 중시하는 쪽은 이주민·난민 환대의 근거로 이 말을 읽는다. 대부분의 교단은 두 의미를 함께 가르치지만, 어느 쪽을 앞세우는지는 교단과 설교자마다 다르다. 순례자 의식이 지나치면 현실을 외면하게 된다는 비판도 있다.
- 마태복음 25장의 '지극히 작은 자': 이 말이 예수의 제자와 그리스도인을 가리키는지, 고통받는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지를 두고 해석이 나뉜다.
- 본문과 덧붙여진 설명: 히브리서 13:2의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은 흔히 아브라함과 롯의 손님 대접(창세기 18–19장)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히브리서 본문은 그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한국 교회에서
"나그네 인생", "나그네 길" 같은 표현은 설교와 기도, 특히 장례예배에서 삶의 덧없음과 하늘 소망을 말할 때 자주 쓰인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를 돌보는 교회 사역에서는 레위기와 신명기의 나그네 보호 규정이 자주 인용된다.
함께 보기 8
토론 0
이 문서에 대한 의견, 다른 관점, 고칠 점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