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 (성경)
성경 · 절기·제도
성경에서 약혼(정혼)은 혼인에 앞서 남녀가 법적으로 서로에게 매이는 단계이다. 구약 율법과 마리아·요셉 이야기에 나오며, 하나님과 백성,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비유하는 데에도 쓰인다.
성경 본문
구약에서 약혼은 주로 율법에 나온다. 신명기 20:7은 약혼하고 아직 아내를 맞아들이지 않은 사람을 전쟁에 나가지 않게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규정한다. 신명기 22:23-27은 약혼한 처녀를 범한 경우를 유부녀의 경우처럼 다룬다. 사무엘하 3:14에서 다윗은 블레셋 사람의 포피 백 개를 바치고 미갈과 정혼하였다며 그를 돌려 달라고 요구한다.
신약에서는 수태고지 이야기에 나온다. 누가복음 1:27은 마리아를 다윗의 자손 요셉과 "약혼한 처녀"로 소개한다. 마태복음 1:18-19에 따르면 마리아는 나사렛 요셉과 약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하였고, 의로운 사람인 요셉은 그를 "가만히 끊고자" 하였다.
배경
고대 이스라엘에서 약혼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었다. 법적 효력이 있는 혼인의 첫 단계였다. 신랑 쪽은 신부 집에 '모할'이라 불리는 신부값을 치렀다(출애굽기 22:16-17). 야곱은 이 값을 칠 년의 노동으로 대신하였다(창세기 29장). 약혼한 여자는 동거하기 전이라도 그 남자의 아내로 여겨졌다. 그래서 관계를 끝내려면 이혼에 해당하는 절차가 필요했으며, 마태복음 1:19의 "끊다"도 이 배경에서 읽힌다. 후대 유대 문헌에는 약혼과 실제 혼인 사이에 준비 기간을 두었다는 규정이 전하는데, 처녀의 경우 열두 달가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선지자들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혼인에 빗대었다. 호세아 2:19-20에서 하나님은 공의와 정의와 긍휼로 이스라엘에게 "장가 들겠다"고 말하는데, 이때 쓰인 동사가 '아라스'(약혼하다)이다. 신약은 이 비유를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로 이어받는다. 바울은 고린도후서 11:2에서 교인들을 "정결한 처녀로 한 남편인 그리스도께 중매"하였다고 쓴다. 요한계시록 19:7과 21:2는 어린양의 혼인 잔치와 신부처럼 단장한 새 예루살렘을 그린다. 약혼은 이미 매였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관계이다. 그래서 많은 해석자는 이를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교회의 처지에 견주어 읽는다.
해석과 논점
- 마리아와 요셉의 혼인: 천주교와 정교회는 마리아가 평생 동정(처녀성)을 지켰다고 가르치고, 요셉과의 혼인도 그에 맞추어 이해한다. 개신교의 다수는 마태복음 1:25와 예수의 형제들에 관한 본문을 근거로 이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만 종교개혁자 가운데에는 이 교리를 받아들인 이도 있었다.
- 본문에 없는 이야기: 요셉이 나이 많은 홀아비였다는 이야기는 2세기 외경 『야고보 원복음서』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경에는 나오지 않는다. 마리아가 10대 초반이었다거나 돌에 맞아 죽을 위험에 놓였다는 설명도 당시 풍습과 신명기 22장에서 추정한 것이다. 본문이 직접 말하는 내용은 아니다.
- 혼인 풍습 예화: 신랑이 아버지 집에 처소를 마련한 뒤 신부를 데리러 온다는 '유대 혼인 풍습'을 요한복음 14:2-3과 휴거에 맞대어 설명하는 설교 예화가 널리 쓰인다. 그러나 이 풍습을 재구성한 내용이 1세기의 실제와 맞는지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한국 교회에서
개역개정은 이 개념을 '약혼'과 '정혼'이라는 두 낱말로 옮긴다. 대림절과 성탄절 설교에서는 약혼 중에 잉태한 마리아를 받아들인 요셉의 순종이 자주 다루어진다. 또 교회를 '그리스도의 신부'로 부르는 비유에도 이 개념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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