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
성경 · 개념·용어
나병은 개역개정 성경이 피부와 옷, 집에 생긴 '부정한' 병과 얼룩을 가리켜 쓰는 말이다. 레위기에 진단과 정결 규례가 나오고, 미리암·나아만·웃시야 이야기와 예수의 치유 기사에도 나온다.
성경 본문
나병 규례는 레위기 13~14장에 가장 자세히 나온다. 피부에 생긴 부스럼이나 색점을 제사장이 살펴 부정하다고 판정하면, 그 사람은 옷을 찢고 윗입술을 가린 채 "부정하다 부정하다"라고 외치며 진영 밖에서 혼자 살아야 했다(레위기 13:45-46). 병이 나으면 제사장이 진영 밖으로 나가 확인했다. 그 뒤 새 두 마리와 백향목, 홍색 실, 우슬초를 쓰는 정결 예식과 제사를 거쳐 공동체로 돌아왔다(레위기 14장). 같은 말이 옷이나 가죽, 집 벽에 생긴 얼룩에도 쓰인다(레위기 13:47-59, 14:33-53).
나병이 나오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모세의 표징: 모세의 손이 잠시 나병이 들었다가 회복되었다(출애굽기 4:6-7).
- 미리암: 미리암이 모세를 비방한 뒤 나병이 들어 이레 동안 진영 밖에 머물렀다(민수기 12장).
- 나아만과 게하시: 아람 군대장관 나아만은 엘리사의 말대로 요단강에 일곱 번 몸을 씻고 나았다. 몰래 예물을 받은 게하시에게는 그 나병이 옮았다(열왕기하 5장).
- 사마리아 성문의 네 사람: 성문 어귀에 있던 나병환자 네 사람이 아람 진영이 빈 것을 알렸다(열왕기하 7장).
- 웃시야: 유다 왕 웃시야는 제사장만 할 수 있는 분향을 하려다 나병이 들었고, 죽는 날까지 별궁에 살았다(역대하 26:16-21).
신약에서는 예수가 손을 내밀어 나병환자를 만져 깨끗하게 하고 제사장에게 몸을 보이라고 한다(마가복음 1:40-45, 마태복음 8:1-4, 누가복음 5:12-16). 열 명의 나병환자 이야기에서는 고침받은 열 사람 가운데 사마리아인 한 사람만 돌아와 감사한다(누가복음 17:11-19). 이 밖에 베다니의 "나병환자 시몬"(마가복음 14:3), 제자 파송 말씀(마태복음 10:8), 나아만에 대한 예수의 언급(누가복음 4:27)에도 나온다.
낱말과 배경
히브리어 원어는 '차라아트'이다. 칠십인역(구약의 고대 그리스어 번역)이 이를 '레프라'로 옮겼다. 이 낱말은 사람의 피부뿐 아니라 옷과 집에도 쓰이므로, 오늘날 의학에서 말하는 한센병과 같은 병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진다. 여러 피부 질환을 함께 가리킨 말로 보는 경우가 많다. 레위기가 다루는 것은 치료보다 '정결과 부정', 곧 예배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이 규례에서 제사장은 치료자가 아니라 판정하는 사람이다.
한글 성경에서는 개역한글이 '문둥병'이라 옮겼고, 개역개정은 '나병'으로 바꾸었다. 새번역은 레위기 등에서 '악성 피부병'으로 옮겼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구약에서 나병은 부정함과 공동체로부터의 단절을 뜻한다. 미리암, 게하시, 웃시야의 경우처럼 하나님의 징계로 서술되기도 한다. 신약에서는 나병환자가 깨끗해지는 일이 메시아 시대의 표징으로 제시된다(누가복음 7:22). 율법에 따르면 부정한 사람을 만지면 만진 사람도 부정해진다. 예수가 나병환자를 만져 오히려 깨끗하게 한 장면을 두고 많은 해석자는 정결과 부정의 경계를 넘어 소외된 사람을 회복시킨 사건으로 읽는다.
해석과 논점
- 죄의 상징: 교회 전통과 설교에서는 나병을 죄의 상징으로 읽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본문이 직접 나병을 죄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또 레위기의 '부정'은 출산처럼 도덕적 잘못과 무관한 경우도 포함하므로, 둘을 그대로 같게 보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 질병과 징벌: 일부 이야기는 나병을 징계로 서술한다. 하지만 나아만이나 성문의 네 사람처럼 죄와 연결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모든 질병을 벌로 볼 근거는 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많다.
- 한센병과의 동일시: 성경의 나병을 한센병과 같게 여기면서 한센인에 대한 낙인이 강해졌다는 반성이 있다.
한국 교회에서
'문둥병'이라는 말에 담긴 낙인을 피하려고 오늘날에는 '한센병', '한센인'이라는 표현을 주로 쓴다. 손양원 목사가 전남 여수 애양원에서 한센인과 함께 지내며 목회한 일은 한국 교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열 명의 나병환자 이야기는 감사를 주제로 한 설교에 자주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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