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친 물건
성경 · 개념·용어
바친 물건은 히브리어 '헤렘'을 옮긴 말로, 하나님께 온전히 바쳐져 사람이 사사로이 쓰거나 되찾을 수 없게 된 물건이나 대상을 가리킨다. 여호수아 7장 아간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성경 본문
레위기 27:28-29는 사람이 여호와께 온전히 바친 것은 팔 수도 무를 수도 없으며 "지극히 거룩"하다고 규정한다. 신명기 7:26과 13:17은 진멸할 물건을 집에 들이거나 손대는 것을 금한다. 개역개정은 같은 말을 문맥에 따라 '바친 물건', '진멸할 물건' 등으로 옮긴다.
이 말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오는 곳은 여호수아 6~7장이다. 여리고 함락 때 여호수아는 성과 그 안의 모든 것을 여호와께 바치라고 명령했다. 은금과 동철 기구는 여호와의 곳간에 들이게 했다(여호수아 6:17-19). 그러나 아간이 외투와 은 이백 세겔, 금덩이를 몰래 감추었다. 이 일로 이스라엘은 아이 성 싸움에서 패했고, 아간은 아골 골짜기에서 처형되었다(여호수아 7장). 역대상 2:7은 그를 "바친 물건을 범하여 이스라엘을 괴롭힌 자"로 기록한다. 사무엘상 15장에서는 사울이 아말렉을 진멸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좋은 가축을 남겨 책망을 받는다.
원어와 배경
'헤렘'은 동사 '하람'에서 온 말로, 일상의 쓰임에서 떼어 내어 신에게 돌린다는 뜻을 지닌다. 그래서 같은 낱말이 두 갈래로 쓰인다.
모압의 메사 석비에도 같은 말이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미루어 이 관습은 고대 근동에 널리 있었던 것으로 본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칠십인역은 헤렘을 대개 '아나테마'로 옮겼다. 신약은 이 말을 '저주받은 것', 곧 하나님께 넘겨져 끊어진 상태라는 뜻으로 쓴다(로마서 9:3, 갈라디아서 1장 8-9절, 고린도전서 16장 22절).
호세아 2:15는 아간의 처형 장소인 아골 골짜기를 "소망의 문"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한다. 스가랴 14:11과 요한계시록 22:3은 다시는 저주가 없을 날을 내다본다.
칠십인역 여호수아 7:1과 사도행전 5:2는 '몰래 떼어 감추다'라는 같은 헬라어 동사를 쓴다. 이 때문에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을 아간 사건과 나란히 읽는 해석이 많다.
해석과 논점
진멸 명령의 윤리성은 오래된 논점이다.
- 일부는 가나안의 죄악이 찬 데 대한 한정된 심판으로 본다(창세기 15:16 참조).
- 일부 복음주의 학자는 고대 전쟁 기록의 과장된 관용 표현으로 읽는다.
- 비평학계에서는 후대 신학이 반영된 서술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아간의 가족까지 함께 처형된 일(여호수아 7:24-25)은 공동체적 책임을 보여 주는 본문으로 읽힌다. 일부에서는 이 본문을 조상의 죄가 후손에게 저주로 이어진다는 가계저주론의 근거로 쓴다. 반면 여러 교단의 신학자들은 신명기 24장 16절과 에스겔 18장을 들어 그런 적용을 비판한다. 본문은 가족이 어떤 책임을 졌는지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이 범행을 알고 숨겼다는 설명은 해석자가 덧붙인 추론으로 구분된다.
한국 교회에서
한국 교회 설교에서 아간의 '바친 물건'은 한 사람의 숨은 죄가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교훈으로 자주 인용된다. 하나님께 드리기로 한 헌금이나 서원을 사사로이 쓰는 일을 경계하는 본문으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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