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마리
성경 · 개념·용어
두루마리는 파피루스나 짐승 가죽을 길게 이어 글을 쓰고 둘둘 말아 보관한 고대의 책 형태이다. 예레미야·에스겔·요한계시록 등에서 하나님의 말씀과 계시를 담은 상징으로 나온다.
성경에 나오는 두루마리
두루마리는 파피루스나 짐승 가죽을 길게 이어 붙여 글을 쓰고 말아서 보관한 책이다. 개역개정은 이를 "두루마리" 또는 "두루마리 책"으로 옮겼고, 문맥에 따라 "책"으로 옮기기도 했다. 두루마리가 나오는 주요 장면은 다음과 같다.
- 예레미야 36장: 예레미야가 불러 주는 말을 바룩이 두루마리에 받아 적었다. 여호야김 왕은 낭독을 들으며 서너 쪽씩 칼로 베어 화로에 던져 모두 태웠다. 그 뒤 예레미야는 같은 말을 다시 기록하게 하고 많은 말을 더 보탰다(예레미야 36:32).
- 에스겔 2:9–3:3: 에스겔은 안팎에 "애가와 애곡과 재앙의 말"이 적힌 두루마리를 받아먹었고, 그것이 입에서 꿀같이 달았다.
- 스가랴 5:1–4: 길이 20규빗, 너비 10규빗의 두루마리가 날아가는 환상이다. 도둑질과 거짓 맹세에 내리는 저주를 나타낸다.
- 누가복음 4:16–20: 예수께서 나사렛 회당에서 이사야의 글을 받아 펴서 읽고 다시 덮어 돌려주셨다. 개역개정은 이를 "책"으로 옮겼으나, 당시 회당의 관습으로 보아 두루마리였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 요한계시록 5장·10장: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 안팎으로 쓰고 일곱 인으로 봉한 두루마리가 있고, 어린양이 그것을 받아 인을 뗀다. 10장에서 요한은 작은 두루마리를 받아먹는데, 입에는 꿀같이 달았으나 배에서는 쓰게 되었다.
배경
히브리어로는 '말다'라는 뜻의 동사에서 나온 '메길라'라고 하고, 신약 그리스어로는 주로 '비블리온'이라고 한다. 고대 근동과 지중해 세계에서는 파피루스와 가죽 두루마리를 널리 썼다. 쿰란 일대에서 발견된 사해 사본도 대부분 두루마리 형태이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낱장을 묶은 책자 형태(코덱스)를 널리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유대교 회당에서도 율법서를 손으로 쓴 두루마리로 읽고, 부림절에는 에스더서 두루마리를 낭독한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두루마리는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되어 전해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여호야김이 태운 두루마리가 다시 쓰인 이야기는 말씀이 사람의 손으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에스겔이 두루마리를 먹는 장면은 요한계시록 10장에서 거의 그대로 이어진다. 두 장면 모두 예언자가 말씀을 먼저 자기 안에 받아들인 뒤에 전한다는 소명(부르심)의 의미를 담고 있다.
구약의 두루마리 표현은 신약에도 이어진다. 이사야 34:4의 "하늘들이 두루마리 같이 말리되"는 요한계시록 6:14에서 종말의 장면으로 다시 쓰인다. 시편 40:7의 "두루마리 책에 나를 가리켜 기록한 것이"는 히브리서 10:7에서 그리스도께 적용된다.
해석과 논점
요한계시록 5장의 봉한 두루마리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해석이 갈린다. 하나님의 구원과 심판의 계획, 곧 역사의 결말을 담은 책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안팎으로 쓰고 봉한 모양을 고대의 유언장이나 계약 문서에 빗대어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이어지는 일곱 인을 어떻게 읽느냐는 종말론의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신천지는 요한계시록 10장에서 펴 놓인 책을 받아먹은 사람이 자기들의 지도자라고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주요 교단들은 신천지를 이단으로 규정했으며, 이 장면을 대체로 요한 자신이 예언의 사명을 받는 장면으로 읽는다.
한국 교회에서
에스겔과 요한계시록의 두루마리를 먹는 장면은 설교에서 "말씀을 먹는다"는 표현의 근거로 자주 인용된다. 이때 이 표현은 성경을 읽고 묵상해 삶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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