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절
성경 · 절기·제도
나팔절은 이스라엘 종교력 일곱째 달 첫날에 나팔을 불어 기념하고 성회로 모이던 날로, 레위기 23장과 민수기 29장에 규정된 구약의 절기이다.
성경 본문
레위기 23:23-25는 "일곱째 달 곧 그 달 첫 날"을 쉬는 날로 정하고, 이날을 "나팔을 불어 기념할 날이요 성회"라고 한다. 성회는 거룩한 모임을 뜻한다. 이날에는 생업의 일을 하지 않고 여호와께 화제를 드린다. 화제는 불로 태워 드리는 제물이다.
민수기 29:1-6은 이날을 "나팔을 불 날"이라 부르고 드릴 제물을 정한다. 번제로는 수송아지 하나, 숫양 하나, 일 년 된 어린 숫양 일곱을 소제와 함께 드리고, 속죄제로는 숫염소 하나를 드린다. 이 제물은 매달 초하루에 드리는 번제와 날마다 드리는 번제와는 따로 드린다. 본문은 이날이 무엇을 기념하는지, 나팔을 왜 부는지를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배경
- 이름: 레위기 23:24의 히브리어 표현은 "지크론 테루아", 민수기 29:1은 "욤 테루아"이다. "테루아"는 나팔 소리나 크게 외치는 함성을 뜻한다. 두 본문에는 악기 이름이 직접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어떤 악기를 불었는지는 해석이 갈린다. 후대 유대교에서는 숫양의 뿔로 만든 쇼파르를 분다.
- 달력: 일곱째 달은 가을에 해당한다. 열왕기상 8:2은 이 달을 에다님월이라 부른다. 같은 달 10일에는 속죄일이, 15일부터는 초막절이 이어진다. 민수기 10:10은 초하루와 정한 절기에 나팔을 불라고 하고, 시편 81:3도 "초하루와 보름과 우리의 명절에 나팔을 불지어다"라고 노래한다.
- 다른 기록: 포로에서 돌아온 백성은 일곱째 달 초하루부터 번제를 다시 드리기 시작했다(에스라 3:6). 에스라는 일곱째 달 초하루에 백성 앞에서 율법책을 낭독했다(느헤미야 8:2). 백성이 울자 지도자들은 이날이 성일이니 슬퍼하지 말라고 했다(느헤미야 8:9-10).
- 후대 유대교: 유대교는 이날을 "로쉬 하샤나", 곧 새해로 지킨다. 하나님이 세상을 심판하는 날로 여기고, 속죄일까지의 열흘을 회개의 기간으로 삼는다. 이런 이해와 이날을 세상이 창조된 날로 보는 전승은 후대 랍비 문헌에서 정리된 것이며, 구약 본문에는 나오지 않는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신약은 나팔절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나팔 소리는 신약에서 종말의 표지로 자주 나온다. 마태복음 24:31, 고린도전서 15:52, 데살로니가전서 4:16, 요한계시록의 일곱 나팔이 그 예이다. 바울은 절기와 초하루를 "장래 일의 그림자"라 하고 "몸은 그리스도의 것"이라고 하여(골로새서 2:16-17), 구약의 절기가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다고 본다.
해석과 논점
- 예표적 해석: 레위기 23장의 절기를 구원 역사의 순서로 읽는 해석이 있다. 이 해석은 유월절부터 칠칠절까지를 그리스도의 초림과 교회 시대에 대응시키고, 나팔절·속죄일·초막절을 재림 이후의 일에 대응시킨다. 세대주의 계열에서는 나팔절을 휴거나 재림의 예표로 읽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신약이 이 연결을 직접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도 있다. 특정 연도의 나팔절을 휴거 날짜로 지목하는 주장이 퍼진 적도 있다. 여러 교단은 그날과 그때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씀(마가복음 13장 32-33절)을 근거로 이런 날짜 계산을 경계한다.
- 지켜야 하는가: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은 구약의 절기가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으므로 그대로 지킬 의무는 없다고 본다. 근거로는 골로새서 2:16-17, 갈라디아서 4장 9-11절, 로마서 14장 5-6절 등을 든다. 반면 여러 교단 총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는 나팔절을 포함한 구약 절기를 새 언약 아래에서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이를 지킨다.
한국 교회에서
한국 개신교의 교회력에는 나팔절이 없고, 대부분의 교단은 이날을 절기로 지키지 않는다. 레위기 23장 강해 설교나 구약 절기를 다루는 성경공부에서 일곱 절기 가운데 하나로 소개되며, 이때 재림과 연결하는 해석이 함께 다뤄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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