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이성
교리·신학
신앙과 이성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인간의 사고·논증 능력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다루는 신학 주제이다. 둘이 조화를 이루는지, 어느 쪽이 앞서는지를 두고 교파와 신학자마다 견해가 다르다.
정의와 뜻
신앙과 이성은 하나님을 믿는 일과 인간이 생각하고 따지는 능력이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묻는 신학 주제이다. 핵심 질문은 세 가지이다. 이성으로 하나님을 어디까지 알 수 있는가, 믿음이 이해보다 앞서는가, 둘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가. 이 물음은 과학과 신앙, 창조와 진화 같은 논의의 바탕이 된다.
성경적·역사적 배경
성경에는 이성의 사용을 권하는 본문과 인간 지혜의 한계를 말하는 본문이 함께 있다.
- 이성의 사용을 권하는 본문: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는 이사야 1:18, 신앙의 이유를 묻는 이에게 대답할 준비를 하라는 베드로전서 3:15, 바울이 아덴의 철학자들과 논쟁한 사도행전 17장이 자주 인용된다.
- 인간 지혜의 한계를 말하는 본문: 고린도전서 1:22-25는 십자가의 메시지가 세상 지혜에는 미련하게 보인다고 말한다.
교회사에서는 여러 입장이 나왔다.
- 테르툴리아누스는 "아테네와 예루살렘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는 말로 철학에 거리를 두었다.
- 아우구스티누스는 믿음이 이해를 이끈다고 보았고, 안셀무스는 이 생각을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성으로 알 수 있는 진리와 계시(하나님이 스스로 드러내 보이신 것)로만 알 수 있는 진리를 구분하면서, 둘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 종교개혁자들은 죄로 손상된 이성이 스스로 구원의 길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20세기에는 칼 바르트가 자연신학(계시 없이 자연과 이성만으로 하나님을 아는 길)을 거부하면서 에밀 브루너와 논쟁을 벌였다.
한국 교회에서의 실제
한국 교회에서는 "따지지 말고 믿으라"는 말이 흔히 쓰일 만큼 체험과 순종을 앞세우는 경향이 강하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강조점은 교단과 신학 전통에 따라 다르다.
- 보수 장로교: 합동·고신·합신 등은 개혁주의 전통에 따라 성경의 권위를 이성보다 앞에 둔다. 이 교단들에는 코넬리우스 반틸의 전제주의 변증학에 영향을 받은 신학자들이 있다. 전제주의 변증학은 기독교 신앙을 논증의 출발점으로 삼는 입장이다.
- 한국기독교장로회: 1950년대에 김재준이 성경 비평학(성경 본문의 형성 과정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방법)을 받아들인 것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었고, 이 논쟁은 한국기독교장로회가 갈라져 나오는 배경이 되었다. 기장은 학문적 성경 연구와 신앙의 대화를 비교적 열어 두는 편이다.
- 감리교: 웨슬리 신학에서는 이른바 '웨슬리 사변형'을 든다. 이는 존 웨슬리의 신학 방법을 20세기에 앨버트 아우틀러가 성경·전통·이성·경험의 네 기준으로 정리하고 이름 붙인 것이다. 감리교는 성경을 으뜸으로 두면서 이성을 신앙 판단의 기준 가운데 하나로 인정한다.
- 오순절 계열: 오순절주의 교단은 성령 체험을 중시하며, 신앙에는 이성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C. S. 루이스, 팀 켈러 등의 변증서가 널리 번역되어 읽히면서, 신앙의 합리성을 설명하려는 관심이 교인들 사이에서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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