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제물
성경 · 개념·용어
화목제물은 개역개정 성경에서 구약 레위기의 화목제 제물과, 신약에서 죄를 해결하는 제물로서의 그리스도를 함께 가리키는 말이다. 두 용례의 원어는 서로 다르다.
성경 본문
개역개정 성경에서 '화목제물'은 성격이 다른 두 갈래 본문에 쓰인다.
- 구약의 화목제: 레위기 3장과 7장 11~36절은 화목제(和睦祭)를 드리는 방법과 제물을 나누는 규정을 적은 본문이다. 화목제는 구약의 제사 가운데 하나다. 출애굽기 24장 5절의 언약 체결 때 화목제를 드렸다. 사무엘하 6장 17절에서 다윗이 언약궤를 옮겼을 때와 열왕기상 8장 63절에서 솔로몬이 성전을 봉헌했을 때에도 화목제가 드려졌다.
- 신약의 화목제물: 로마서 3:25은 하나님이 예수를 "그의 피로써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제물로 세우셨"다고 말한다. 요한일서 2:2와 요한일서 4:10은 그리스도를 우리 죄를 위한 화목제물이라고 부른다.
배경과 원어
구약의 화목제는 히브리어 '셸라밈'을 옮긴 말이다. 이 낱말은 평화와 온전함을 뜻하는 '샬롬'과 같은 어근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영어 성경은 peace offering 또는 fellowship offering으로 옮긴다.
- 제물은 소·양·염소 가운데서 수컷이나 암컷을 드릴 수 있었다(레위기 3:1, 6, 12).
- 기름은 제단에서 태우고, 가슴과 오른쪽 뒷다리는 제사장의 몫이 되었다(레위기 7:31~34). 나머지는 바친 사람이 먹었다.
- 레위기 7장은 화목제를 감사제, 서원제, 자원제로 나눈다. 감사제물은 드린 날에 먹고, 서원제물과 자원제물은 이튿날까지 먹으며, 셋째 날까지 남은 것은 불사르게 한다(레위기 7:15~17).
제물 전체를 태우는 번제와 달리, 화목제는 하나님 앞에서 제사장과 예배자가 제물을 나누어 먹는 잔치의 성격을 띤다.
신약의 '화목제물'은 로마서 3:25의 그리스어 '힐라스테리온'과 요한일서의 '힐라스모스'를 옮긴 말이다. 힐라스테리온은 칠십인역(구약의 그리스어 번역)에서 언약궤 위의 덮개, 곧 속죄소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개역개정은 히브리서 9:5의 같은 낱말도 '속죄소'로 옮겼다. 속죄소는 속죄일에 대제사장이 피를 뿌리던 자리다(레위기 16:14~15).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한국어로는 두 경우 모두 '화목'이라는 말이 들어간다. 그러나 신약의 화목제물은 원어로 보면 구약의 화목제(셸라밈)보다 속죄일과 속죄 제사의 맥락에 더 가깝다.
로마서 3장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속죄 의식에 비추어 설명한다. 이를 통해 예수의 피로 죄가 처리되고 믿는 사람에게 의롭다 하심이 주어진다고 말한다. 요한일서는 하나님이 먼저 사랑하셔서 아들을 화목제물로 보내셨다고 하여, 이 일을 하나님의 사랑의 증거로 제시한다. 한편 구약 화목제가 함께 먹는 제사였다는 점을 성찬과 연결해 읽는 해석도 있다.
해석과 논점
- 진노를 거두는 것인가, 죄를 없애는 것인가: 20세기에 C. H. 다드는 '힐라스' 계열 낱말이 죄를 없애고 씻는 뜻(expiation)이라고 보았다. 레온 모리스 등은 이 낱말이 하나님의 진노를 거두게 한다는 뜻(propitiation)도 포함한다고 반박했다. 개혁주의와 복음주의 신학은 대체로 그리스도가 죄인을 대신해 형벌을 받았다는 대속 이해를 강조한다. 다른 쪽에서는 로마서 3:25에서 화목제물을 세운 주체가 하나님 자신이라는 점을 들어, '하나님을 달랜다'는 표현을 조심스럽게 다룬다.
- '속죄소'로 읽기: 로마서 3:25의 힐라스테리온을 칠십인역의 용례대로 '속죄소'로 보아,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로 읽는 해석도 있다.
- 번역과 연상: 새번역 등 다른 번역본은 같은 구절을 '속죄제물'과 같은 말로 옮기기도 한다. 개역개정 독자는 '화목'이라는 낱말 때문에 신약 본문을 레위기의 화목제와 곧바로 연결하기 쉽다. 이 때문에 두 낱말의 원어가 다르다는 점이 흔히 지적된다.
한국 교회에서
로마서 3:25와 요한일서 4:10은 고난주간 설교나 성찬 예식에서 그리스도의 죽음이 지닌 의미를 설명하는 구절로 자주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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