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
교리·신학
신현(神顯)은 하나님이 사람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모습이나 현상으로 자신을 나타내시는 일을 가리키는 신학 용어로, 영어 theophany를 옮긴 말이다.
정의와 뜻
신현(神顯)은 '신이 나타남'이라는 뜻이다. 그리스어 테오스(신)와 파이노(나타내다)에서 온 영어 theophany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특정한 때와 장소에서 사람의 감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모습이나 현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가리킨다. '현현(顯現)'이라고도 한다. 그 나타남을 성육신 이전의 그리스도로 볼 때는 따로 '그리스도 현현'(christophany)이라 부르기도 한다.
신현은 성육신과 구별된다. 신현은 일시적인 나타남이고, 성육신은 하나님의 아들이 실제로 사람이 되신 일로 설명된다.
성경적·역사적 배경
구약성경에는 여러 형태의 신현이 기록되어 있다.
- 사람의 모습: 아브라함을 찾아온 세 사람(창세기 18장), 야곱과 씨름한 이(창세기 32장)
- 자연 현상: 불붙은 떨기나무(출애굽기 3장), 시내산의 우레와 번개와 빽빽한 구름(출애굽기 19장), 성막을 덮은 구름과 영광(출애굽기 40장 34-35절)
- 환상: 이사야와 에스겔이 본 보좌 환상(이사야 6장, 에스겔 1장)
- 여호와의 사자: 하갈과 기드온 등에게 나타나 하나님처럼 말한 존재(창세기 16장, 사사기 6장)
한편 성경은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다고도 말한다(출애굽기 33:20, 요한복음 1:18). 신학자들은 이를 두고 하나님이 자신을 낮추어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만 드러내신다는 뜻으로 설명해 왔다.
풀무불 사건에서 느부갓네살이 불 가운데서 본 '넷째'(다니엘 3:25)에 대해서는 해석이 나뉜다. 이를 성육신 이전의 그리스도로 보는 해석이 있다. 반면 느부갓네살 스스로 하나님이 "그의 천사를 보내사" 건지셨다고 말한 대목(다니엘 3장 24-28절)을 근거로 천사로 보는 해석도 있다.
초대교회에서도 견해가 갈렸다. 2세기의 순교자 유스티누스는 구약의 나타남을 성자의 나타남으로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삼위일체론」에서 그것을 성자에게만 돌릴 근거가 분명하지 않으며 천사를 통한 나타남일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약에서는 예수의 세례 때 성령이 비둘기같이 내려오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린 장면(마태복음 3:16-17)이 대표적인 신현으로 꼽힌다. 정교회는 이 사건을 기념하는 축일을 '신현'(Theophany)이라 부르고, 삼위일체가 드러난 날로 기린다. 서방 교회는 같은 축일을 주현절로 지키되, 동방 박사의 방문을 중심으로 기념하는 전통이 강하다.
한국 교회에서의 실제
'신현'은 주로 신학교 강의와 주석, 신학 서적에서 쓰는 용어다. 설교에서는 '하나님의 나타나심', '임재' 같은 말이 더 흔히 쓰인다. 교단 총회가 신현을 따로 결의한 일은 알려져 있지 않으며, 교단 사이의 차이는 주로 성경 해석 방식에서 드러난다.
- 구약을 그리스도 중심으로 읽는 설교에서는 '여호와의 사자'나 풀무불 속 '넷째'를 그리스도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해석은 장로교·감리교·성결교 등 여러 교단의 설교에서 두루 나타난다.
- 교회력을 비교적 충실히 따르는 감리교, 성공회, 일부 장로교 교회는 주현절 기간에 예수의 세례 본문을 읽으며 하나님이 자신을 드러내신 사건을 강조한다.
- 오순절·은사주의 교회에서는 기도 중에 본 환상이나 꿈을 통한 하나님의 나타남을 간증하는 일이 있다. 다른 교단 가운데는 이런 경험을 성경에 기록된 신현과 같은 무게로 볼 수 없다고 보는 쪽도 있다. 이 문제는 은사 중지론과 지속론 논의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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