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규범
교리·신학
신앙의 규범(regula fidei)은 초대교회가 사도에게서 전해 받았다고 여긴 신앙 내용의 요약으로, 가르침의 옳고 그름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쓰였다.
정의와 뜻
신앙의 규범(라틴어 regula fidei)은 초대교회가 사도들에게서 전해 받았다고 여긴 신앙 내용의 요약이다. '규범'은 곧고 바른지를 재는 자를 뜻하는 그리스어 '카논'에서 온 말이다. 가르침이 바른지 가늠하는 기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내용은 대개 창조주이신 한 분 하나님, 성육신하여 고난받고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 성령을 차례로 고백하는 짜임을 가진다.
성경적·역사적 배경
신약성경에는 이미 전해 받은 핵심 고백을 지키라는 권면이 나온다. 바울은 그리스도가 죽고 묻히고 다시 살아났다는 내용을 자신이 "받은 것"으로 전했다고 말한다(고린도전서 15:3-4). 디모데에게는 "바른 말"을 본받으라고 썼다(디모데후서 1:13). 갈라디아서 6장 16절의 "규례"도 그리스어로 카논이다.
2세기 후반 이레나이우스는 『이단 논박』에서 '진리의 규범'이라는 표현을 써서 영지주의에 맞섰다. 테르툴리아누스는 '신앙의 규범'이라는 말을 썼다. 이 시기의 규범은 문구가 고정된 문서가 아니었다. 세례 교육과 설교에서 전해지던 내용의 틀이었고, 교부마다 표현이 조금씩 달랐다. 이 틀이 뒤에 사도신경과 니케아 신경 같은 신경의 바탕이 되었다. 어떤 책을 정경으로 받아들일지 가리는 기준의 하나로도 쓰였다고 알려져 있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는 성경만을 최종 규범으로 삼았다(다섯 솔라). 신경과 신앙고백은 성경에 비추어 판단받는 이차 규범으로 보았다. 루터교 신학은 이를 '규범하는 규범'(성경)과 '규범된 규범'(신앙고백)으로 구분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성경을 "신앙과 생활의 규칙"으로 규정한다.
다른 전통의 이해는 이와 다르다. 천주교는 성경과 성전(聖傳, 교회가 이어 온 전승)을 함께 계시의 원천으로 보며, 교회의 가르치는 권위(교도권)가 이를 해석한다고 가르친다. 정교회는 성경을 거룩한 전승 안에서 읽는다.
한국 교회에서의 실제
'신앙의 규범'이라는 말은 주로 교부학·교리사 강의나 신학 서적에서 쓰인다. 교회 현장에서는 "신앙과 생활의 유일한 법칙"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 교단별 이해는 다음과 같다.
- 장로교: 1907년 독노회에서 채택한 12신조는 제1조에서 성경을 "신앙과 본분에 대하여 정확무오한 유일의 법칙"이라고 고백한다. 여러 장로교단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교회 헌법에 함께 싣고 있다.
- 감리교: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교리적 선언을 두고 있다. 성경을 중심에 두면서 전통·이성·경험을 함께 살피는 웨슬리 전통을 따른다.
- 침례교: 성경 밖의 문서가 신자의 양심을 구속하는 것을 경계한다. 신앙고백을 두더라도 성경 아래에 있는 설명문으로 본다.
- 성공회: 대한성공회는 성경과 함께 사도신경·니케아 신경을 신앙의 기준으로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한국 교회는 주일 예배에서 사도신경을 함께 고백하며, 이는 초대교회의 신앙의 규범을 오늘날 잇는 대표적인 관행으로 여겨진다. 다만 일부 교회는 예배 중에 신경을 고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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