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 환상
성경 · 사건
사도 베드로가 욥바에서 기도하던 중 본, 부정한 짐승이 담긴 큰 보자기가 하늘에서 내려온 환상이다(사도행전 10장). 이방인 고넬료를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본문과 내용
사도행전 10:9-16에 나온다. 베드로는 욥바에서 무두장이(짐승 가죽을 다루는 사람) 시몬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사도행전 9:43). 그는 정오쯤 지붕에 올라가 기도하다가 시장해졌고, 그때 황홀한 상태에 빠졌다. 하늘이 열리고 네 귀를 맨 큰 보자기 같은 그릇이 내려왔는데, 그 안에는 네 발 가진 짐승과 땅에 기는 것과 공중의 새가 있었다. "일어나 잡아 먹어라"는 소리가 들리자 베드로는 속되고 깨끗하지 않은 것은 먹은 적이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는 응답이 왔다. 이 일이 세 번 있은 뒤 그릇은 하늘로 올라갔다. 바로 그때 가이사랴의 백부장 고넬료가 보낸 사람들이 도착했다. 고넬료도 앞서 환상을 보고 이들을 보낸 것이다. 베드로는 이 환상을 뒤에 예루살렘에서 다시 이야기한다(사도행전 11:4-10).
배경
모세 율법은 짐승을 먹을 수 있는 정결한 것과 먹지 못하는 부정한 것으로 나누었다(레위기 11장, 신명기 14장). 이 규례는 유대인을 이방인과 구별하는 표지 구실을 했다. 유대인은 이방인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율법에 어긋난다고 여겼다(사도행전 10:28). 본문에서 '속되다'로 옮긴 그리스어 코이노스는 '흔한, 거룩하게 구별되지 않은'이라는 뜻이다. '깨끗하지 아니하다'로 옮긴 아카타르토스는 '부정한'이라는 뜻이다. '보자기'로 옮긴 오토네는 아마포 천을 가리킨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베드로는 이 환상을 사람에게 적용했다. 그는 "아무도 속되다거나 깨끗하지 않다 하지 말라"(10:28),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아니하시고"(10:34)라고 말했다. 그가 고넬료의 집에서 설교할 때 성령이 이방인들에게 내려왔고, 그들은 세례를 받았다(10:44-48). 이 일은 예루살렘 공의회에서 이방인 신자에게 할례를 요구하지 않는 근거로 다시 언급된다(사도행전 15:7-9). 음식에 관해서는 마가복음 7장 18-19절의 "모든 음식물을 깨끗하다 하시니라"와 함께 읽히곤 한다. 그러나 베드로는 뒤에 안디옥에서 이방인과 함께 먹는 자리를 피했다가 바울에게 책망을 받았다(갈라디아서 2:11-14). 이 깨달음이 곧바로 자리 잡지는 않았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해석과 논점
- 음식인가, 사람인가: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은 이 환상을 두 가지 뜻으로 함께 읽는다. 이방인을 받아들이라는 뜻과, 구약의 음식 규례 같은 의식법(제사·정결에 관한 율법)이 그리스도 안에서 끝났다는 뜻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도 의식법이 폐지되었다고 고백한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는 다르게 본다. 베드로 스스로 환상을 사람에 대한 것으로 풀었으므로, 이 본문이 레위기의 음식 구분을 없앤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교인들에게 부정한 짐승을 먹지 않도록 권한다.
- 덧붙여지는 풀이: 네 귀를 온 세상의 네 방위로 보거나, 세 번의 반복을 베드로의 세 번 부인과 잇는 풀이가 있다. 그러나 본문이 직접 말하는 내용은 아니다. 그릇 안에 돼지 같은 특정 짐승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본문에는 없다.
- 첫 이방인 개종인가: 고넬료 사건을 이방인 선교의 출발점으로 보는 설명이 많다. 다만 그 앞에 빌립이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세례를 준 기록(사도행전 8장)이 있어, 누구를 첫 이방인 개종자로 볼지는 해석이 갈린다.
한국 교회에서
개역개정이 이 그릇을 '큰 보자기'로 옮기면서 이 이름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설교에서는 선교,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는 일 등을 다룰 때 이 본문이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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