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현설
이단·사이비
가현설(假現說, Docetism)은 예수 그리스도가 실제 사람의 몸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였을 뿐이라고 주장한 초기 기독교 사상이다. 역사적 기독교 전통은 이를 이단으로 여겨 왔다.
개요
가현설(假現說)은 '거짓 가(假)'와 '나타날 현(現)'을 쓰는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고난이 실제가 아니라 겉모습, 곧 환영에 지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가리킨다. 영어로는 도세티즘(Docetism)이라 한다. 이 말은 '…처럼 보이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동사 도케인(dokein)에서 왔다. 가현설은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일찍 나타난 분파적 교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나의 단체라기보다 여러 집단에 퍼져 있던 사상 경향이었다.
주요 주장
가현설은 물질은 불완전하거나 본질적으로 더럽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거룩한 신이 그런 육체를 실제로 입을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주장의 강도는 집단마다 달랐다.
- 철저한 형태: 그리스도는 물질과 전혀 관계없이 태어났고, 십자가 처형을 포함한 생애의 모든 행동과 고난이 겉모습일 뿐이었다고 보았다. 그래서 실제 부활과 승천도 부인했다.
- 온건한 형태: 그리스도에게 하늘에 속한 영적인 몸이 있었다고 보았다. 다만 그 몸이 실제 고난에 얼마나 참여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 어떤 이들은 그리스도의 인성(사람으로서의 본성) 전체를 부인했다. 다른 이들은 몸의 실재만, 또는 출생이나 죽음의 실재만 부인했다.
역사
가현설의 초기 형태는 이미 신약성경에서 다뤄진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대표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육체로 오신 것을 시인하느냐를 기준으로 영을 분별하라는 요한일서 4:1-3과 요한이서 1:7이 꼽힌다.
2세기에는 영지주의 안에서 중요한 교리로 크게 발전했다. 영지주의는 물질은 악하고 영은 선하다고 보았고, 비밀스러운 지식(그노시스)으로만 구원받는다고 가르친 이원론적 사상이다. 다만 모든 영지주의 분파가 가현설을 따른 것은 아니고, 영지주의와 상관없는 가현설도 있었다고 보는 연구자들도 있다. 가현설은 뒤에 마니교에서도 발달한 형태로 나타났다. 후대의 프리스킬리아누스파 같은 집단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케타이'(가현론자들)라는 이름은 5세기 교부 테오도레토스가 이런 사상을 가진 이들을 두루 가리키는 말로 썼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율리우스 카시아누스가 세운 특정 분파의 이름으로 썼다고 전해진다.
초대교회의 반박
2세기 초 안디옥의 감독 이그나티우스는 서머나, 트랄레스, 에베소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가현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리스도가 겉보기로만 고난받았다면 순교를 앞두고 매여 있는 자신의 처지도 겉모습에 불과하다고 반문했다. 또한 이 가르침을 퍼뜨리는 이들을 "사람 모양을 한 짐승"이라 부르며 경계하라고 권했다. 이레네우스를 비롯한 다른 교부들도 가현설을 반박했다.
이들의 핵심 논리는 이렇다. 그리스도가 참으로 육신이 되었고(요한복음 1:14) 실제로 고난받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그래서 성육신, 십자가, 속죄, 부활이 실제 사건으로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후 교회는 기독론 논쟁을 거치며 그리스도가 참 하나님이시자 참 사람이라는 고백을 다듬어 갔다. 한국 교회 대부분이 예배에서 고백하는 사도신경도 예수가 동정녀에게서 나서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고 고백한다.
가현설 쪽의 논리
가현설을 받아들인 이들은 하나님의 거룩함과 초월성을 지키려 했다. 이들에게는 물질과 육체가 신을 더럽힌다는 당시 그리스 철학의 전제가 있었고, 그 위에서 그리스도의 신성을 보호하려 한 것이다. 한국 교계의 교회사 연구자 가운데에도 가현설이 예수의 신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생긴 극단적 교리라는 설명이 있다고 소개하는 이가 있다.
한국 교회에서
가현설은 고대에 나타난 사상이다. 그래서 한국 교단 총회가 이를 따로 안건으로 올려 결의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한국 교회에서는 주로 초대교회의 대표적 이단으로 교회사와 이단 교육에서 다룬다. 교계 신문에 실린 초기 교회 이단 연재들은 초기 교회의 이단을 이후 이단 운동의 '원형'으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가현설이 이름을 바꾸어 오늘날에도 나타난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신학에서는 예수의 인성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을 비판할 때 '가현설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함께 보기 8
참고한 자료 7곳
- Docetism - Britannica
- 1911 Encyclopædia Britannica/Docetae - Wikisource
- Catholic Encyclopedia: Docetae - New Advent
- Docetism - Simple English Wikipedia
- The Epistle of Ignatius to the Smyrnaeans - Early Christian Writings
- 가현설은 예수님이 육체를 가지지 않았다며 '인간성' 부인 - 아이굿뉴스
- 초대교회의 이단(異端)과 이설(異說) (3) - 현대종교
본문은 이 자료들을 참고해 새로 쓴 글이며, 자료의 글을 옮겨 싣지 않았습니다.
토론 0
이 문서에 대한 의견, 다른 관점, 고칠 점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