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합
성경 · 개념·용어
옥합(玉盒)은 향유를 담는 작은 돌 그릇으로, 복음서에서 한 여인이 옥합에 담긴 값진 향유를 예수에게 부은 이야기로 잘 알려진 말이다.
성경 본문과 내용
옥합은 마태복음 26:6-13, 마가복음 14:3-9, 누가복음 7:36-50에 나온다.
- 마가복음·마태복음: 예수가 베다니에 있는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 머물 때 한 여인이 값진 향유가 담긴 옥합을 가져와 예수의 머리에 부었다. 마가복음은 이 여인이 옥합을 "깨뜨려" 부었다고 적는다. 곁에 있던 사람들은 "삼백 데나리온 이상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줄 수 있었다"며 화를 냈다. 예수는 여인이 자신의 장례를 미리 준비했다고 말하고, 복음이 전해지는 곳마다 이 여인이 한 일도 함께 전해질 것이라고 했다(마가복음 14:8-9).
- 요한복음 12:1-8: 같은 일을 다룬 것으로 보이는 본문이다. 여기서는 여인이 나사로의 누이 마리아로 나오고(마르다와 마리아), 향유를 예수의 발에 부은 뒤 머리털로 닦는다. 이 일에 반대한 사람은 가룟 유다로 적혀 있다. 요한복음에는 '옥합'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 누가복음 7:36-50: 갈릴리 지역에서 시몬이라는 바리새인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죄를 지은 한 여자"가 향유 담은 옥합을 가져와 눈물로 예수의 발을 적시고, 머리털로 닦고, 입 맞추고, 향유를 부었다. 예수는 이 일을 통해 용서받은 사람의 사랑에 대해 가르쳤다.
배경
'옥합'으로 옮긴 그리스어 '알라바스트론'은 향유나 향료를 담는 목이 긴 작은 병을 가리킨다. 흔히 설화석고(무르고 흰 돌)로 만들었다. 우리말로는 '옥으로 된 합(뚜껑 있는 그릇)'으로 옮겼지만, 실제 재료가 보석인 옥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마가복음이 말하는 "순전한 나드"는 먼 지역에서 들여온 값비싼 향료로 알려져 있다. 한 데나리온이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었으므로(마태복음 20:2) 삼백 데나리온은 일 년 품삯에 가까운 큰돈이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구약에서 기름을 붓는 일은 왕과 제사장을 세우는 표시였다(기름 부음). '메시아'와 '그리스도'라는 말도 '기름 부음 받은 자'라는 뜻이다. 복음서는 예수가 이 기름 부음을 왕으로 세우는 일이 아니라 장례를 미리 준비한 일로 풀이했다고 전한다. 그래서 이 사건은 다가오는 십자가를 가리키는 장면으로 읽힌다.
해석과 논점
- 사건이 몇 번 있었는가: 마태·마가·요한복음의 이야기는 같은 사건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누가복음의 이야기는 장소와 인물, 가르침이 달라 별개의 사건으로 보는 해석이 많다. 네 본문을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 여인이 누구인가: 누가복음의 '죄를 지은 여자', 베다니의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를 한 사람으로 보는 전통이 있다. 이 전통은 6세기 말 교황 그레고리오 1세의 설교 이후 서방 교회에 퍼졌다고 알려져 있다. 정교회는 이들을 구분해 왔다. 오늘날 개신교와 천주교의 학자들도 대체로 본문만으로는 이들을 같은 인물로 볼 근거가 없다고 본다. 막달라 마리아가 죄 많은 여인이었다는 이야기는 본문에 나오지 않는다.
- 헌신과 구제: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다"(마가복음 14:7)는 말은 해석이 갈린다. 예수께 드리는 헌신을 앞세운 말로 읽기도 하고, 그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특별한 때였음을 강조한 말로 읽기도 한다. 이 말을 근거로 구제를 소홀히 해도 된다고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같은 생각이다.
한국 교회에서
"옥합을 깨뜨린다"는 표현은 가장 귀한 것을 아낌없이 드리는 헌신을 뜻하는 말로 설교와 기도에서 널리 쓰인다. 특히 헌신예배나 헌금과 관련된 설교에서 자주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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