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본문
성경 · 개념·용어
비평 본문은 현존하는 여러 성경 사본을 비교·검토하여 원문에 가장 가깝다고 판단되는 읽기를 골라 재구성한 원어 성경 본문으로, 주로 신약 헬라어 본문을 가리킨다.
개요
비평 본문은 성경 안에 나오는 낱말이 아니다. 성경 본문이 전해진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쓰는 용어이다. 원본은 남아 있지 않고 손으로 베낀 사본만 수천 점 전해지는데, 사본마다 글자와 구절이 조금씩 다르다. 학자들이 이 사본들을 비교하여 원래 읽기를 추정하는 작업을 본문비평이라 한다. 여기서 '비평'은 성경을 깎아내린다는 뜻이 아니라 사본을 가려 따진다는 뜻이다. 그 결과로 편집된 원어 본문이 비평 본문이다.
배경
16세기 종교개혁 무렵 에라스무스가 1516년 처음 헬라어 신약성경을 인쇄본으로 펴냈다. 이 계열의 인쇄본은 뒤에 '공인 본문(Textus Receptus)'으로 불렸고, 1611년 킹제임스 성경이 이를 바탕으로 번역되었다. 그 뒤 4세기의 시내산 사본·바티칸 사본 같은 더 오래된 사본과 파피루스 조각이 연구되었다. 1881년 웨스트콧과 호트가 이를 반영한 헬라어 신약성경을 펴냈다. 오늘날에는 네슬레-알란트 판(현재 제28판)과 연합성서공회(UBS) 판이 대표적인 비평 본문이며, 두 판의 본문은 같다. 구약은 마소라 본문 사본인 레닌그라드 사본을 기초로 삼는다. 여기에 칠십인역과 사해 사본 등의 차이를 난외에 적은 슈투트가르트 히브리어 성경(BHS)이 널리 쓰인다.
비평 본문과 공인 본문의 차이
두 본문은 대부분 일치하며, 차이는 주로 몇몇 구절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 마가복음 16:9-20: 가장 오래된 일부 사본에는 이 부분이 없다.
- 요한복음 7:53-8:11: 간음하다 잡힌 여인 이야기로, 초기 사본 상당수에 없다.
- 요한일서 5:7-8: 공인 본문에는 "하늘에서 증언하는 이는 아버지와 말씀과 성령"이라는 문구가 있으나, 헬라어 사본에서는 매우 늦게야 나타난다. 이 문구는 불가타 계열 라틴어 전승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석과 논점
대부분의 신학교와 성서공회는 비평 본문을 원어 연구와 번역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 입장은 더 오래된 사본일수록 필사 과정의 덧붙임이 적다고 본다. 반면 킹제임스 성경만을 바른 번역으로 여기는 쪽은 공인 본문이 하나님께서 보존하신 본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비평 본문이 의존하는 알렉산드리아 계열 사본이 훼손된 것이라고 반론한다. 다수의 사본이 지지하는 비잔틴 계열 읽기를 따르자는 '다수 본문' 입장도 있다. 이 논쟁은 성경 무오설을 원본에 적용할지, 전해진 특정 본문에 적용할지의 문제와 이어진다. 비평 본문을 따르는 쪽도 사본 차이가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바꾸지는 않는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교회에서
대한성서공회가 펴낸 개역개정과 새번역은 비평 본문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다. 사본에 따라 있고 없는 구절은 괄호로 묶거나 "어떤 사본에는 …이 있음" 같은 난외주로 표시한다. 한편 공인 본문에 근거한 킹제임스 성경의 우리말 번역본을 쓰는 일부 교회와 단체도 있다. 이 때문에 성경 번역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여러 번역본의 바탕에 대해서는 성경 번역본 문서를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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