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타
성경 · 개념·용어
불가타는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 히에로니무스의 번역과 개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라틴어 성경이다. 중세부터 근대까지 서방 교회에서 표준 본문으로 쓰였다.
이름과 성립
'불가타(Vulgata)'는 '널리 퍼진', '대중적인'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온 이름이다. 이 이름으로 이 번역본을 부르는 관습은 후대에 굳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경 본문에 나오는 낱말이 아니라 성경 번역본 하나를 가리키는 말이다.
4세기에는 서방 교회에서 여러 라틴어 번역이 사본마다 서로 다르게 쓰이고 있었다. 이를 흔히 '옛 라틴어 역본'이라 부른다. 4세기 말 로마 주교 다마수스 1세의 요청으로 히에로니무스가 라틴어 복음서를 헬라어 사본에 맞추어 고쳤다. 그 뒤 히에로니무스는 구약성경 대부분을 히브리어 원문에서 직접 번역했다.
구성과 특징
- 구약: 대부분 히브리어에서 옮겼다. 다만 시편은 히에로니무스가 칠십인역(헬라어 구약 번역) 계통 본문을 바탕으로 고친 판이 널리 쓰였다.
- 신약: 복음서는 히에로니무스가 개정했다. 나머지 책들은 누가 개정했는지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
- 제2경전(외경): 일부는 히에로니무스의 손을 거치지 않은 옛 라틴어 본문이 그대로 들어갔다. 히에로니무스 자신은 히브리어 성경에 없는 책들을 따로 구별했다.
교회사에서의 위치
불가타는 중세 서방 교회의 예배, 신학, 설교의 기준 본문이었다. 오늘날의 장 구분도 13세기 라틴어 성경에 붙여진 것이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성경의 장과 절). 15세기 중엽 구텐베르크가 인쇄한 성경도 불가타였다.
1546년 트리엔트 공의회는 불가타를 공적 낭독, 논쟁, 설교에 쓰는 공인 본문으로 선언했다. 이후 1592년 클레멘스판이 오랫동안 표준판으로 쓰였고, 1979년에는 원어 본문에 맞추어 새로 고친 '노바 불가타'가 공포되었다.
해석과 논점
종교개혁 시기에는 "원천으로 돌아가자"는 흐름 속에서 불가타의 번역이 원어와 비교되었다. 에라스뮈스는 1516년 헬라어 신약을 펴냈고, 마르틴 루터는 원어에서 독일어로 번역했다. 대표적인 예가 마태복음 4:17이다. 불가타는 이 구절을 "paenitentiam agite"로 옮겼는데, 이 말은 '보속(죄를 갚는 행위)을 하라'로 읽힐 수 있었다. 개혁자들은 원어가 '마음을 돌이키라'는 뜻이라고 보았다.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첫 조항도 이 구절의 회개를 다룬다. 이 밖에 창세기 3:15의 여성형 대명사('그 여자가 짓밟으리라')와 출애굽기 34:29의 '뿔'(모세의 얼굴에서 빛이 남을 옮긴 표현)도 원문과 다른 번역으로 자주 거론된다.
천주교는 트리엔트의 결정이 원어보다 우위에 둔다는 뜻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신앙과 도덕에 관한 가르침에서 오류가 없는 공인본이라는 의미이며, 1943년 교황 비오 12세의 회칙에서도 그렇게 밝혔다. 개신교는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문을 최종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불가타에 포함된 제2경전을 정경으로 받지 않는다.
한국 교회에서
한국 개신교의 주요 번역은 불가타를 대본으로 삼지 않았다. 불가타는 주로 교회사 교육, 종교개혁 강의, 외경을 둘러싼 논의에서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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