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본문
성경 · 개념·용어 · 같은 말: 공인본문
공인 본문(Textus Receptus)은 16~17세기 종교개혁 시대에 인쇄된 헬라어 신약성경 본문을 가리키는 말이다. 킹제임스 성경을 비롯한 개신교 초기 번역 성경의 신약 대본이 되었다.
개요
공인 본문은 성경 안에 나오는 낱말이 아니다. 성경을 전해 온 본문(원어로 된 성경 글자 자체)의 한 계통을 부르는 이름이다. 라틴어로 '텍스투스 레켑투스'(Textus Receptus), 곧 '모두가 받아들인 본문'이라는 뜻이다. 종교개혁 시대에 인쇄된 헬라어(고대 그리스어) 신약성경 판본들을 함께 가리킨다. 구약은 히브리어 마소라 본문이 따로 있으므로, 이 말은 보통 신약에만 쓴다.
형성 배경
- 1516년 네덜란드 인문학자 에라스뮈스가 스위스 바젤에서 처음으로 헬라어 신약성경을 출판했다. 그는 후대 비잔틴 계통(동로마 교회에서 필사된 사본 전통) 사본 몇 개를 바탕으로 삼았다. 요한계시록은 마지막 부분이 빠진 사본밖에 없어서, 라틴어 불가타를 헬라어로 거꾸로 옮겨 채웠다고 알려져 있다.
- 이후 스테파누스와 베자가 이를 다듬은 판을 냈다. 스테파누스의 1551년 판은 오늘날 신약의 절 구분을 처음 도입한 판으로 알려져 있다(성경의 장과 절).
- '공인 본문'이라는 이름은 1633년 네덜란드 엘제비어 출판사 판 서문의 "모두가 받아들인 본문"이라는 문구에서 나왔다.
- 1611년 킹제임스 성경의 번역자들은 주로 베자와 스테파누스의 판을 대본으로 삼았다.
비평 본문과의 차이
19세기 이후 더 오래된 사본들이 발견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사본들을 비교해 원래 글자를 되짚는 학문을 본문비평이라 한다. 1881년 웨스트코트와 호트의 판이 나왔고, 오늘날에는 네슬레-알란트판과 성서공회연합회(UBS)판이 널리 쓰인다. 이 판들을 흔히 '비평 본문'이라 부른다. 공인 본문과 비평 본문은 다음과 같은 곳에서 차이가 크다.
- 요한일서 5:7–8의 삼위일체 구절("하늘에 증언하는 이가 셋이니…"): 에라스뮈스가 3판(1522)에서 넣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사도행전 8:37: 에디오피아 내시의 신앙고백 구절이다.
- 마태복음 6:13의 송영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 마가복음 16:9–20, 요한복음 7:53–8:11(간음하다 잡힌 여인): 비평 본문은 이 구절들을 싣되 괄호로 표시한다.
해석과 논점
공인 본문을 지지하는 쪽에는 킹제임스 성경만 인정하는 일부 침례교·근본주의 계열과 일부 개혁주의 단체가 있다. 이들은 하나님이 교회가 오랫동안 써 온 본문을 섭리로 보존하셨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1장 8절의 "섭리로 순수하게 보존되었다"는 고백을 든다. 또 비평 본문의 바탕인 시내 사본·바티칸 사본은 수가 적고 서로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반면 한국과 해외의 대다수 신학교와 성서공회는 비평 본문을 학문적 표준으로 쓴다. 이들은 더 이른 사본이 원문에 가깝고, 두 본문의 차이가 핵심 교리를 바꾸지는 않는다고 본다. 공인 본문과 비슷한 비잔틴 사본 다수를 따르자는 '다수 본문' 입장도 별도로 있다. 자세한 쟁점은 성경 번역 논쟁 문서에서 다룬다.
한국 교회에서
한국 교회가 쓰는 주기도문은 끝에 마태복음 6:13의 송영을 넣어 외운다. 번역본에 따라서는 공인 본문에만 있는 구절을 괄호나 각주로 표시하기도 한다. 새번역은 비평 본문을 바탕으로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인 본문을 대본으로 한 한글 킹제임스 성경을 쓰는 교회와 단체도 일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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