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게디
성경 · 지명
엔게디는 사해 서쪽 기슭에 있는 샘과 오아시스로, 다윗이 사울을 피해 숨어 지내다 동굴에서 사울을 살려 보낸 곳으로 잘 알려진 성경의 지명이다.
성경에 나오는 곳
- 여호수아 15:62: 유다 지파가 받은 땅 가운데 광야에 있는 성읍 목록에 엔게디가 들어 있다. 이스라엘 열두 지파 가운데 유다 지파에 속한 땅이다.
- 사무엘상 23:29~24장: 다윗은 사울에게 쫓기다가 엔게디 요새에 머물렀다. 사울은 군사 삼천 명을 이끌고 "들염소 바위"로 찾아왔고, 용변을 보러 한 굴에 들어갔다. 마침 다윗 일행이 그 굴 안쪽에 숨어 있었다. 다윗은 사울의 겉옷 자락만 몰래 베었고, 사울을 해치지 않았다. 그는 사울이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이므로 손을 댈 수 없다고 말했다(24:6). 사울은 다윗이 자기보다 의롭다고 인정하고 돌아갔다.
- 역대하 20:2: 모압과 암몬 연합군이 여호사밧을 치러 올라올 때 "하사손다말 곧 엔게디"에 이르렀다는 보고가 나온다. 하사손다말은 창세기 14:7에도 아모리 족속이 살던 곳으로 나온다.
- 아가 1:14: 신부가 사랑하는 이를 "엔게디 포도원의 고벨화 송이"에 빗댄다. 고벨화는 흔히 헤나 꽃으로 풀이한다.
- 에스겔 47:10: 성전에서 흘러나온 강물이 사해를 되살린다는 환상 가운데, 엔게디에서 에네글라임까지 어부들이 그물을 치는 곳이 되리라고 한다.
배경
히브리어 '엔'은 샘을, '게디'는 새끼 염소를 뜻한다. 그래서 이름은 흔히 "새끼 염소의 샘"으로 풀이한다. 엔게디는 소금기 많은 사해와 메마른 유다 광야 사이에 있다. 이곳의 샘물 덕분에 초목이 자라는 오아시스가 형성되었다. 오늘날 이스라엘의 엔게디 지역과 같은 곳으로 널리 받아들여진다. 이 일대에서는 여러 시대의 유적이 발굴되었는데, 비잔틴 시대의 회당 터도 그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바위 절벽과 동굴이 많고 야생 염소(아이벡스)가 사는 지형은 사무엘상의 "들염소 바위"라는 표현과 잘 어울린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사무엘상 24장의 엔게디 사건은 다윗이 스스로 왕위를 빼앗지 않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린 장면이다. 원수를 갚을 기회 앞에서 보복하지 않은 이야기로 읽힌다. 신약의 원수 사랑 가르침(로마서 12장 17-21절)과 함께 다루어지는 일이 많다.
에스겔 47장에서 엔게디는 죽은 바다가 생명의 물로 되살아나는 표지로 쓰였다. 이 강의 환상은 요한계시록 22장의 생명수 강과 생명나무 장면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해석이 많다. 생수의 강을 말하는 요한복음 7:38과 연결하기도 한다.
해석과 논점
- 시편 표제와의 관계: 시편 57편과 142편의 표제는 다윗이 사울을 피해 "굴에 있던 때"를 배경으로 든다. 이 굴을 엔게디의 굴로 보는 견해와 아둘람 굴(사무엘상 22:1)로 보는 견해가 있다. 본문은 어느 굴인지 밝히지 않는다.
- "기름 부음 받은 자"의 적용: 한국 교회에서는 24:6을 들어 목사 등 교회 지도자를 비판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설교가 있어 왔다. 이에 대해 이 본문은 이스라엘 왕의 지위와 다윗 개인의 처신을 다룬 이야기라는 비판이 있다. 이 본문을 오늘의 교회 직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된다.
- 아가의 해석: 아가 1:14를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그린 비유로 읽는 전통적 풀이가 있다. 남녀의 사랑을 노래한 시로 그대로 읽는 풀이도 있다.
한국 교회에서
엔게디는 주로 사무엘상 24장 설교에서 다룬다. 다윗의 인내, 보복하지 않음, 하나님께 판단을 맡김을 강조하는 본문으로 자주 쓰인다. 성지순례에서도 사해 지역과 함께 들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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