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건제
성경 · 절기·제도
속건제는 구약 제사 가운데 하나로, 거룩한 물건이나 이웃의 재산에 손해를 끼친 죄를 숫양 제물로 속하고 원래 값에 5분의 1을 더해 갚도록 한 제사이다.
성경 본문과 내용
속건제(贖愆祭)는 '허물을 속하는 제사'라는 뜻이다. 레위기 5장 14절부터 6장 7절에 규정이 나오고, 7장 1~7절에 드리는 절차가 이어진다. 히브리어 성경은 장절 구분이 달라서 6장 1~7절이 5장 20~26절에 해당한다.
레위기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속건제를 드리게 한다.
- 여호와의 성물(거룩하게 구별된 물건)에 대해 모르고 범한 경우(5:15–16)
- 금지된 계명을 모르고 어긴 경우(5:17–19)
- 맡긴 물건, 빼앗은 것, 주운 물건 등으로 이웃을 속이고 거짓 맹세한 경우(6:2–7)
제물은 흠 없는 숫양이고, 성소의 세겔로 값을 매긴다. 끼친 손해는 원래 값에 5분의 1을 더해 갚는다. 성물에 대한 죄이면 제사장에게 갚고, 이웃에 대한 죄이면 피해자에게 갚는다. 제물은 번제물을 잡는 곳에서 잡는다. 피는 제단 사방에 뿌리고 기름은 불사르며, 고기는 제사장이 거룩한 곳에서 먹는다(7:1–7).
이 밖에 속건제는 나병에서 정결해진 사람의 예식(레위기 14:12–25)에 나온다. 또 나실인이 시체 때문에 부정해졌을 때 일 년 된 어린 숫양을 속건제물로 드리고 서원 기간을 다시 시작한다(민수기 6:12). 에스라 때에는 이방 여인과 결혼한 제사장들이 숫양을 속건제로 드렸다(에스라 10:19).
배경
속건제는 번제·소제·화목제·속죄제와 함께 레위기 1~7장의 다섯 제사로 묶인다. 이 제사들 전반은 구약의 제사 문서에서 다룬다. 원어 '아샴'은 '죄책', '배상'의 뜻을 함께 지닌다. 그래서 영어 성경은 이를 trespass offering, guilt offering, 학자에 따라서는 reparation offering(배상 제사)으로 옮긴다. 사무엘상 6장에서 블레셋 사람들이 언약궤를 돌려보내며 금 독종과 금 쥐를 '속건제물'로 바친 일도 같은 낱말로 표현되어 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속건제의 특징은 제물을 드리는 일과 실제 배상이 함께 요구된다는 점이다. 민수기 5장 5~8절은 피해자나 그 친척이 없을 때 배상물을 여호와께 돌려 제사장에게 주라고 규정한다.
이사야 53장 10-12절은 고난받는 종이 "그의 영혼을 속건제물로 드리기에 이르면"이라고 말한다. 신약은 '속건제'라는 낱말을 직접 쓰지 않는다. 다만 그리스도인 해석자들은 이 구절을 예수의 죽음과 연결해, 그리스도가 죄의 빚을 대신 갚은 제물이라고 설명해 왔다. 이런 해석은 히브리서가 그리스도의 단번 제사로 옛 제사가 완성되었다고 말하는 흐름(히브리서 10:1–14)과도 이어진다. 유대교에서는 이 구절을 메시아가 아닌 이스라엘 공동체에 대한 말씀으로 읽는 해석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해석과 논점
속죄제와 속건제를 어떻게 구분할지는 오래된 논점이다. 레위기 7장 7절은 "속죄제와 속건제는 규례가 같으니"라고 하여 두 제사의 절차가 비슷함을 밝힌다. 흔히 "속죄제는 하나님께 지은 죄, 속건제는 이웃에게 지은 죄"라고 단순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본문에서 속건제는 성물에 대한 죄도 다루고, 이웃을 속인 일도 "여호와께 신실하지 못하여"(6:2)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많은 학자는 속건제의 핵심을 '손해와 배상'에서 찾는다.
한국 교회에서
레위기 성경공부나 강해 설교에서 속건제는 다섯 제사의 하나로 자주 다루어진다. 설교에서는 회개가 말로 그치지 않고 손해를 갚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적용이 흔하다. 이때 누가복음 19장 8-9절에서 삭개오가 속여 빼앗은 것을 갚겠다고 한 장면을 함께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삭개오가 말한 네 배 배상은 출애굽기 22장의 규정과 관련된 것으로, 속건제의 5분의 1 규정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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