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엔트 공의회
역사
트리엔트 공의회는 1545년부터 1563년까지 이탈리아 북부 트리엔트(트렌토)에서 열린 로마 가톨릭교회의 공의회다. 종교개혁에 대응해 가톨릭 교리를 확정하고 교회 내부를 개혁했다.
개요
트리엔트 공의회는 천주교가 종교개혁에 대응하여 소집한 공의회(교회 전체의 주교들이 모여 교리와 제도를 결정하는 회의)다. 이름은 개최지인 신성 로마 제국의 도시 트리엔트(오늘날 이탈리아의 트렌토)에서 왔다. 한국 천주교에서는 주로 '트렌토 공의회'라고 부른다. 가톨릭교회는 이 회의를 열아홉 번째 보편 공의회로 센다.
배경
1517년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이후 종교개혁이 독일과 스위스를 거쳐 유럽 여러 지역으로 퍼졌다. 개혁자들과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카를 5세는 교회 분열을 풀기 위해 공의회를 열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교황청과 프랑스 사이의 정치적 갈등, 장소를 둘러싼 이견 때문에 개최가 여러 차례 미뤄졌다. 결국 교황 바오로 3세가 이 회의를 소집했다.
전개
회의는 세 시기로 나뉘어 18년에 걸쳐 열렸다.
- 1차(1545~1547): 1545년 12월에 개막했다. 1546년에는 성경과 전통, 1547년 초에는 칭의에 관한 교령을 채택했다. 1547년 전염병을 이유로 볼로냐로 옮겼다가 중단되었다.
- 2차(1551~1552): 교황 율리오 3세 때 트리엔트에서 다시 열렸다. 성찬에 관한 교령을 채택했다. 일부 루터교 측 사절이 참석했으나 실질적인 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고, 독일에서 전쟁이 일어나 다시 중단되었다.
- 3차(1562~1563): 교황 비오 4세 때 열렸다. 성례, 미사, 성직자 교육 등을 다루고 1563년 12월에 폐회했다. 결정 사항은 이듬해 교황의 승인을 받았다.
주요 결정
- 성경과 전통: 기록된 성경과 교회가 전해 온 전통을 함께 신앙의 근거로 받아들였다. 개신교가 외경이라고 부르는 책들(가톨릭에서는 제2경전)을 포함한 목록을 정경으로 확정했다. 라틴어 성경 불가타는 공적 사용에서 '권위 있는(authentica)' 본문으로 선언했다.
- 칭의: 칭의(죄인이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인정받는 일)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앞선다고 밝혔다. 동시에 인간이 그 은혜에 협력한다고 보았다. '오직 믿음으로만' 의롭게 된다는 주장은 파문 조항으로 정죄했다.
- 성례와 미사: 일곱 성례를 확인했다. 성찬의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실체가 변한다는 화체설과, 미사의 희생제사적 성격을 확정했다.
- 교회 개혁: 주교가 자기 교구에 머물도록 의무화했다. 사제 양성을 위한 신학교 설립을 명했고, 면벌부 판매와 관련된 폐단을 규제했다.
결과와 영향
공의회 이후 『로마 교리서』(1566)와 개정 미사경본(1570)이 나왔다. 개정된 불가타 성경도 1590년과 1592년에 펴냈다. 이렇게 확정된 '트리엔트 미사'는 20세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때까지 가톨릭 예배의 표준으로 쓰였다. 이 공의회로 가톨릭과 개신교의 교리적 경계가 분명해졌고, 이후 수백 년간 두 교회 관계의 틀이 되었다.
정경 문제는 지금 한국 교회의 성경에도 차이로 남아 있다. 개신교가 쓰는 개역개정에는 외경이 들어 있지 않다. 반면 가톨릭이 함께 쓰는 공동번역 성서에는 제2경전이 포함된 판이 있다.
평가
가톨릭교회는 트리엔트 공의회를 교회의 신앙을 분명히 하고 성직자의 기강을 바로잡은 '가톨릭 개혁'의 중심 사건으로 평가한다.
개신교는 이 공의회를 종교개혁의 핵심 주장, 곧 다섯 솔라로 요약되는 '오직 성경', '오직 믿음'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회의로 본다. 장 칼뱅은 1547년 초기 교령을 반박하는 글을 냈다. 루터교 신학자 마르틴 켐니츠는 공의회 교령 전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트리엔트 공의회 검토』를 썼다.
20세기 후반부터는 대화도 이어졌다. 1999년 루터교 세계연맹과 가톨릭교회는 「칭의 교리에 관한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은 그 안에 서술된 서로의 가르침에는 16세기의 상호 정죄가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세계감리교협의회 등도 이 선언에 동참했다. 다만 이 선언을 어떻게 볼지에 대해서는 개신교 안에서도 교단과 신학적 입장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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