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렐
인물
힐렐은 기원전 1세기 후반부터 기원후 1세기 초까지 활동한 유대교 율법 교사로, '힐렐 학파'의 창시자이다. 안식년 빚 면제와 관련된 '프로즈불' 제도와 황금률을 닮은 가르침으로 알려져 있다.
생애
힐렐은 후대 랍비 문헌에서 '장로 힐렐'로 불리는 유대교 율법 교사이다. 그의 생애는 수백 년 뒤에 정리된 미쉬나(유대교 구전 율법 모음)와 탈무드를 통해 전해진다. 이 기록에는 전설적 요소가 섞여 있어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다. 전승에 따르면 그는 바빌로니아에서 태어나 율법을 배우려고 예루살렘으로 왔다. 가난해서 학당 지붕 창가에 엎드려 강의를 엿들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탈무드는 그가 헤롯 대왕 시대 무렵 산헤드린(유대 최고 의회)의 수장인 '나시'가 되었다고 전한다. 다만 학계에는 이 직함이 후대에 거슬러 붙여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사역과 업적
- 힐렐 학파: 그의 제자들은 '힐렐 학파'를 이루어 동시대의 샴마이 학파와 여러 율법 문제를 두고 논쟁했다. 대체로 힐렐 학파는 너그러운 해석으로, 샴마이 학파는 엄격한 해석으로 알려져 있다. 후대 유대교 율법은 대부분 힐렐 학파의 견해를 따랐다.
- 프로즈불: 신명기 15:1-2는 일곱째 해마다 빚을 면제하도록 한다. 그런데 안식년이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미쉬나에 따르면 힐렐은 채권을 법정에 맡기는 문서인 '프로즈불'을 고안해 안식년 뒤에도 빚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안식년 (구약)의 빚 면제 규정을 다룰 때 자주 언급된다.
- 해석 원칙: 성경 본문에서 율법을 끌어내는 일곱 가지 해석 규칙을 정리한 인물로 전해진다.
- 가르침: 한 이방인이 자신이 한 발로 서 있는 동안 율법 전체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힐렐은 "네가 싫어하는 것을 네 이웃에게 하지 말라. 이것이 율법 전체이고 나머지는 해설이니 가서 배우라"고 답했다고 탈무드는 전한다.
한국 교회에 끼친 영향
한국 교회에서 힐렐은 독립된 연구 대상이라기보다 신약 시대의 배경을 설명할 때 등장한다. 설교와 성경공부에서는 위 일화를 마태복음 7:12의 황금률과 견주는 경우가 많다. 힐렐은 "하지 말라"는 소극적 형태로, 예수는 "대접하라"는 적극적 형태로 말했다는 비교이다. 바리새인들이 아내를 버리는 이유를 물은 마태복음 19장 3-9절도 힐렐 학파와 샴마이 학파의 논쟁을 배경으로 설명된다. 힐렐 학파는 이혼 사유를 넓게 보았고, 샴마이 학파는 음행으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이혼과 재혼을 다루는 자리에서도 그의 이름이 나온다. 또 바울의 스승 가말리엘(사도행전 22:3)은 유대 전승에서 힐렐의 후손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바울의 학문적 배경을 설명할 때도 힐렐이 언급된다.
평가
유대교에서 힐렐은 겸손하고 온화하며 평화를 사랑한 현인의 본보기로 존경받는다. 그러나 그에 관한 기록은 대부분 후대 문헌에 의존한다. 그래서 역사 속 힐렐과 전승 속 힐렐을 구별해야 한다는 지적이 학계에 있다. 기독교 학자들 사이에도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한쪽은 예수의 가르침과 힐렐의 가르침이 닮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다른 쪽은 예수의 가르침이 바리새 전통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프로즈불을 두고도 평가가 갈린다. 가난한 사람이 돈을 빌릴 길을 열어 준 현실적 조치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빚 면제라는 율법의 본래 취지를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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