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즈불
역사
프로즈불은 7년마다 빚을 면제하는 안식년 규정 때문에 사람들이 돈 빌려주기를 꺼리자, 힐렐이 채권을 법정에 맡겨 안식년 뒤에도 받을 수 있게 한 유대교 법 제도이다.
프로즈불(prozbul)은 신구약 중간기 말기 유대교 율법 학자 힐렐이 만든 법적 장치이다. 채권자가 받을 빚을 재판소(법정)에 넘겨 두면 안식년이 지나도 빚이 사라지지 않게 하였다. 낱말은 그리스어에서 왔다고 보는 견해가 많고, 흔히 '의회(법정) 앞에서'라는 뜻의 'pros boulē'에서 비롯되었다고 풀이한다. 다만 어원에는 여러 학설이 있다.
배경
신명기 15장은 일곱째 해마다 이스라엘 동족 사이의 빚을 면제하라고 명한다. 개역개정은 이 해를 '면제년'으로 옮겼다. 이 해는 땅을 쉬게 하는 안식년과 같은 해로 이해되었다. 율법은 면제년이 다가온다는 이유로 가난한 형제에게 꾸어 주기를 거절하지 말라고 경고한다(신명기 15:9). 유대교 문헌에 따르면 실제로는 안식년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이 급할 때 빚을 얻기가 어려워졌다.
전개
프로즈불은 힐렐이 활동한 시기에 제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힐렐의 활동 시기는 대체로 기원전 1세기 말에서 기원후 1세기 초로 본다. 제도를 처음 기록한 문헌은 2세기 말 무렵 편찬된 유대교 구전 율법집 『미쉬나』이다.
- 『미쉬나』 슈비이트(안식년) 편은 힐렐이 사람들이 서로 꾸어 주기를 꺼리며 율법의 경고를 어기는 것을 보고 프로즈불을 제정했다고 기록한다.
- 같은 문헌은 문서 양식도 전한다. 채권자가 "아무개 곳의 재판관 아무개와 아무개 앞에서, 나에게 있는 모든 빚을 내가 원할 때 거두어들이겠다고 밝힌다"고 선언하고, 재판관이나 증인이 서명하는 방식이다.
- 이 장치의 근거로는 흔히 신명기 15:3의 "네 형제에게 꾸어 준 것은 네 손에서 면제하라"는 구절에 대한 해석이 제시된다. 면제는 개인이 가진 채권에만 적용되고, 법정에 넘겨진 채권은 개인의 손에 있지 않으므로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 『미쉬나』 기틴 편은 프로즈불을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규정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결과와 영향
프로즈불 덕분에 안식년이 가까워도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일이 이어질 수 있었다. 이 제도는 율법 조문을 그대로 둔 채 사회 현실에 맞게 적용 방식을 조정한 대표적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후대의 『탈무드』는 힐렐이 성경의 명령을 사실상 비켜 갈 권한이 있었는지를 길게 논의한다. 그 가운데에는 당시의 빚 면제가 성경 규정이 아니라 랍비 규정으로서만 효력이 있었다는 설명, 법정은 재산 귀속을 정할 권한이 있다는 설명 등이 실려 있다. 정통파 유대교에서는 오늘날에도 안식년이 끝나기 전에 프로즈불을 작성하는 관습이 이어지고 있다.
평가
유대교 전통에서는 대체로 프로즈불을 빈곤층이 돈을 빌릴 길을 지켜 준 지혜로운 입법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탈무드』에는 3세기 학자 쉬무엘이 이를 '재판관들의 오만'이라 부르며 할 수 있다면 폐지하겠다고 말했다는 기록도 전한다.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셈이다.
그리스도인 사이의 평가도 갈린다. 일부 해석자는 프로즈불을 예수가 비판한 '장로들의 전통'처럼 사람의 규정으로 하나님의 명령을 피해 간 사례로 본다. 다른 해석자는 면제년을 핑계로 가난한 이웃을 외면하지 말라는 율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 한 시도로 본다. 한국 교회에서는 프로즈불이 별도로 논의되는 일이 드물다. 주로 신명기 15장, 예수 당시의 바리새인 전통, 대가를 바라지 않고 꾸어 주라는 가르침(누가복음 6장 35-37절)을 공부할 때 배경 지식으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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