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보복하는 자
성경 · 개념·용어
피를 보복하는 자는 구약 율법에서 살해된 사람의 가까운 친족으로서 살인자에게 피의 책임을 묻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도피성 규정과 함께 나온다.
성경 본문과 내용
이 낱말은 주로 도피성 규정을 다루는 본문에 나온다. 민수기 35장, 신명기 19장, 여호수아 20장이 대표적이다.
- 민수기 35장: 율법은 고의로 사람을 죽인 자와 실수로 죽인 자를 구분한다. 고의로 죽인 살인자는 피를 보복하는 자가 직접 죽인다(민수기 35:19, 21). 실수로 죽인 사람은 도피성으로 피할 수 있다. 회중이 둘 사이를 재판하고(민수기 35:24), 판결은 증인 한 사람의 말만으로 내리지 않는다(민수기 35:30). 실수로 죽인 사람은 그때의 대제사장이 죽을 때까지 도피성에 머문다. 그 전에 성 밖으로 나가면 보복자가 그를 죽여도 피 흘린 죄가 없다(민수기 35:25-28).
- 신명기 19장: 보복자가 분노해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 않도록 도피성으로 가는 길을 닦으라고 명한다. 고의로 죽인 살인자가 도피성으로 달아난 경우에는 성읍의 장로들이 그를 보복자에게 넘긴다(신명기 19:3-12).
- 여호수아 20장: 가나안에 들어간 뒤 도피성 여섯 곳을 정한다. 요단 서편의 게데스, 세겜, 헤브론(기럇 아르바)과 요단 동편의 베셀, 라못, 골란이다.
- 사무엘하 14:11: 드고아 여인이 다윗에게 하소연하는 장면에도 같은 원어 표현이 쓰인다.
배경과 원어
원어 '고엘 하담'에서 '고엘'은 '되찾다, 무르다'라는 뜻의 동사 '가알'에서 온 말이다. 같은 낱말이 친족의 땅이나 몸을 되사 주는 기업 무를 자에도 쓰인다. 따라서 보복자는 잃어버린 친족의 권리를 대신 되찾는 가장 가까운 혈족으로 이해된다.
국가의 사법 제도가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고대 근동 사회에는 친족이 피의 책임을 묻는 관습이 있었다. 구약 율법은 이 관습을 없애지 않았다. 대신 고의와 과실을 구분하고, 재판과 증인 규정을 두고, 도피처를 마련하여 보복을 제한했다. 이 규정의 근거로는 사람의 피를 흘린 자에 대한 책임(창세기 9:6)과 피가 땅을 더럽힌다는 생각(민수기 35:33)이 함께 제시된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신약에는 '피를 보복하는 자'라는 표현이 직접 나오지 않는다. 신약은 개인의 복수를 금하고 원수 갚는 일을 하나님께 맡기라고 가르친다(로마서 12:19). 기독교 해석 전통에서는 도피성 제도 전체를 그리스도에 대한 예표(앞날의 일을 미리 보여 주는 그림)로 읽는 경우가 많다. 이때 히브리서 6:18의 "피난처를 찾은 우리"라는 구절이 자주 연결된다. 대제사장이 죽은 뒤에야 도피자가 풀려나는 규정을 그리스도의 죽음과 연결하는 해석도 전해진다.
해석과 논점
- 보복자의 상징: 예표론적 설교에서는 보복자를 죄인을 쫓는 율법이나 하나님의 공의에 빗대기도 한다. 이는 본문이 직접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해석자의 적용이다. 이런 비유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 보복자의 성격: 보복자가 사적인 복수자였는지, 공동체가 인정한 집행자였는지를 두고 학자들의 견해가 갈린다.
- 표지판 이야기: 도피성으로 가는 길에 '도피성'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설교에서 흔히 전해진다. 본문은 길을 닦으라고만 말한다. 표지판 이야기는 후대 유대교 랍비 전승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교회에서
한국 교회에서는 '피를 보복하는 자'가 도피성 본문을 다루는 설교에서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그리스도를 죄인의 피난처로 소개하는 복음 설교의 맥락에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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