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패
성경 · 개념·용어
죄패(罪牌)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십자가 위에 붙인 죄목 패다. 네 복음서 모두 이 패에 "유대인의 왕"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기록한다.
성경 본문
죄패는 '죄를 적은 패'라는 뜻이다. 십자가 처형 때 예수의 십자가 위에 붙어 있었다고 네 복음서가 모두 전한다. 복음서마다 문구가 조금씩 다르다.
요한복음은 몇 가지를 더 기록한다. 이 패를 빌라도가 썼고, 히브리·로마·헬라 말로 적었다고 한다(요한복음 19:20). 대제사장들은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고 고쳐 달라고 요구했으나, 빌라도는 "내가 쓸 것을 썼다"며 거절했다(요한복음 19:21-22). 개역개정은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서 '죄패'라는 말을 쓰고,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에서는 '패'라고 옮겼다.
배경
원어 표현도 복음서마다 다르다. 마가복음은 '그의 죄목을 적은 글'이라는 뜻으로 썼고, 요한복음은 라틴어 '티툴루스'(titulus)에서 온 그리스어 '티틀로스'를 썼다. 로마 시대 문헌에는 처형되는 사람의 죄목을 패에 적어 앞세우거나 몸에 걸게 한 사례가 전해진다. 이 관행은 처형을 보는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구실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예수에게 붙은 죄목은 스스로 왕이라 하여 로마 황제에게 맞섰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빌라도의 심문은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마가복음 15:2)라는 물음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의미
죄패는 조롱과 처벌을 위한 문구였다. 그러나 복음서 저자들은 이를 역설적으로 사실을 밝힌 말로 제시한다. 신약은 예수를 구약이 기다린 다윗 계통의 왕, 곧 메시아로 고백하는데, 그 고백이 원수의 손으로 십자가 위에 적힌 셈이다. 요한복음이 세 언어를 언급한 것을 두고는 예수의 왕 되심이 온 세상에 선포되었음을 보여 준다고 읽는 해석이 많다.
해석과 논점
네 복음서의 문구가 다른 이유는 여러 방식으로 설명된다.
- 각 복음서가 전체 문구를 줄여 전했다고 보는 견해
- 세 언어로 쓴 문구가 서로 조금 달랐다고 보는 견해
- 복음서 저자들이 핵심 뜻만 전했다고 보는 견해
어느 설명이든 공통 핵심은 "유대인의 왕"이라는 데 있다.
라틴어 불가타의 요한복음 문구 머리글자를 딴 'INRI'(Iesus Nazarenus Rex Iudaeorum)는 서방 교회의 십자가상과 그림에 널리 새겨졌다.
일부 설교는 골로새서 2:14의 "법조문으로 쓴 증서"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는 표현을 죄패와 연결해, 인간의 죄의 기록이 십자가에 붙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다만 골로새서 본문이 죄패를 직접 말하지는 않는다.
로마의 산타 크로체 인 제루살렘메 성당에는 죄패의 일부라고 전해지는 나무판이 있다. 이 나무판은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십자가를 찾았다는 전승과 함께 전해진다. 그러나 이는 성경 밖의 전승이며,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에서 중세의 것으로 나왔다는 연구가 알려져 있다.
한국 교회에서
한국 교회에서 죄패는 주로 고난주간 설교에서 가상칠언과 함께 다루어진다. 천주교와 성공회의 십자가상에서는 INRI 글자를 흔히 볼 수 있다. 개신교 예배당은 대체로 형상 없는 십자가를 걸기 때문에 이 글자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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