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
교리·신학
전가(轉嫁, imputation)는 한 사람의 죄나 의를 다른 사람의 것으로 여겨 그에게 돌린다는 신학 개념이다. 개신교 칭의 교리에서 그리스도의 의가 믿는 사람에게 돌려진다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
정의와 뜻
전가는 '옮겨서 지운다'는 뜻의 한자어이다. 일상어에서는 "책임 전가"처럼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지만, 신학에서는 하나님이 어떤 사람의 죄나 의를 다른 사람의 것으로 여기신다는 뜻이다. 개신교 신학은 흔히 세 가지 전가를 말한다.
- 아담의 죄의 전가: 첫 사람의 죄가 온 인류에게 돌려진다는 이해이다. 타락을 다루는 교리와 이어진다.
- 사람의 죄가 그리스도께 전가됨: 십자가의 속죄를 설명하는 데 쓰인다.
- 그리스도의 의가 믿는 사람에게 전가됨: 사람이 자기 행위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의 덕분에 의롭다고 인정받는다는 칭의 교리의 핵심 개념이다.
성경적·역사적 배경
개역개정 성경은 이 개념을 주로 "여기다"로 옮긴다. 대표 본문은 창세기 15:6과 이를 인용한 로마서 4:3-8("그것이 그에게 의로 여겨진 바 되었느니라")이다. 아담과 그리스도를 대비한 로마서 5:12-19,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는 고린도후서 5:21도 근거로 자주 인용된다.
종교개혁 때 마르틴 루터는 사람 밖에서 오는 '낯선 의'를 말했고, 장 칼뱅은 칭의를 그리스도의 의를 전가받는 일로 설명했다. 이 이해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60문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11장에 실렸다. 반면 천주교는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의가 사람 안에 실제로 주입되어 사람을 새롭게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근래에는 '바울에 관한 새 관점'을 지지하는 학자들 일부가 전가 개념의 성경적 근거를 다시 묻고 있다. 이 논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교회에서의 실제
장로교, 특히 개혁주의를 내세우는 교단들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따라 전가 교리를 칭의의 중심으로 가르친다. 그리스도가 율법에 순종한 삶(능동적 순종)까지 전가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감리교와 성결교는 웨슬리 신학 전통에 따라 그리스도의 의가 전가된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다만 의롭다 여겨지는 칭의와 실제로 거룩해지는 성화를 함께 강조한다. 전가 교리가 거룩한 삶을 가볍게 여기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웨슬리의 우려도 이 전통 안에서 자주 언급된다.
침례교와 오순절 계통 교단도 대체로 그리스도의 의가 믿음으로 주어진다는 이해를 공유한다. 그러나 교단 문서에서 '전가'라는 용어를 쓰는 정도는 서로 다르다.
설교와 찬송에서는 이 개념이 흔히 "의의 옷을 입는다"는 비유로 표현된다. 마태복음 22:11-12의 혼인 예복을 그리스도의 의로 풀이하는 설교도 이런 이해에 기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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