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RI
교리·신학
INRI는 예수의 십자가 위에 붙었던 죄패의 라틴어 문구 'Iesus Nazarenus Rex Iudaeorum'(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의 머리글자이다.
정의와 뜻
INRI는 라틴어 Iesus Nazarenus Rex Iudaeorum의 머리글자를 딴 약어이다. 뜻은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다. 고전 라틴어에는 J 글자가 따로 없어 Iesus(예수)와 Iudaeorum(유대인의)을 I로 적었다. 그래서 INRJ가 아니라 INRI로 쓴다. 이 문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 붙었던 죄패를 가리키는 표지로, 십자가 그림이나 조형물 맨 위의 작은 패에 흔히 새겨진다. 죄패(罪牌)는 처형되는 사람의 죄목을 적어 붙이던 패를 말한다.
성경적·역사적 배경
네 복음서는 모두 십자가 위에 패가 붙었다고 기록한다. 다만 문구는 조금씩 다르다.
- 마태복음 27:37: "이는 유대인의 왕 예수라"
- 마가복음 15:26: "유대인의 왕"
- 누가복음 23:38: "이는 유대인의 왕이라"
- 요한복음 19:19: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
INRI는 이 가운데 요한복음의 문구를 따른 것이다. 요한복음 19:20은 이 패가 히브리어·라틴어·헬라어로 기록되었다고 전한다. 이어지는 19:21-22에는 대제사장들이 "자칭 유대인의 왕"으로 고쳐 달라고 요구하자 본디오 빌라도가 "내가 쓸 것을 썼다"며 거절한 장면이 나온다. 로마 당국에게 이 문구는 반역 혐의를 밝히는 죄목이었다. 그리스도교 전통은 이를 예수의 왕 되심을 드러낸 역설로 읽어 왔다.
서방 교회 미술에서는 라틴어 약어 INRI가 널리 쓰였다. 정교회 전통에서는 헬라어 문구의 머리글자인 ΙΝΒΙ가 쓰인다. 로마의 산타 크로체 인 제루살렘메 성당에는 이 죄패의 일부라고 전해지는 유물이 있으나, 진위에 대해서는 학계의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교회에서의 실제
INRI가 새겨진 패는 주로 예수의 형상을 붙인 십자가, 곧 십자고상과 함께 쓰인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천주교 성당의 십자고상이나 성화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개신교 교회는 대부분 형상 없는 빈 십자가를 쓴다. 장로교를 비롯한 개혁주의 전통은 예배 공간의 형상 사용에 신중한 편이다. 이 때문에 장로교·감리교·성결교·침례교·순복음 교회 등의 예배당에서 INRI 표기를 보기는 드물다. 전례 전통을 비교적 많이 간직한 대한성공회나 루터교 전통에서는 십자고상이나 십자가 성화를 통해 이 문구를 접하는 경우가 있다.
교단과 상관없이 고난주간 설교와 성경공부에서는 요한복음 19장의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패 본문을 그리스도의 왕권과 연결해 자주 다룬다. 개신교인은 INRI라는 약어보다 이 성경 본문으로 그 내용을 더 많이 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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