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궁켈
인물
헤르만 궁켈(Hermann Gunkel, 1862~1932)은 독일의 개신교 구약학자이다. 성경 본문을 문학 양식과 그것이 쓰인 삶의 자리에 따라 분석하는 양식비평의 창시자로 꼽힌다.
생애
1862년 독일 하노버 근교의 슈프링게에서 태어났다. 괴팅겐과 기센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처음에는 신약성경을 가르치다가 구약성경 연구로 옮겼다. 괴팅겐과 할레에서 강사로 일한 뒤 베를린 대학교, 기센 대학교, 할레 대학교에서 구약학 교수를 지냈다. 1927년 은퇴했고 1932년 할레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역과 업적
궁켈은 성경을 고대 근동 종교와 비교해 이해하려 한 종교사학파의 주요 인물이다. 첫 저서 『성령의 작용』(1888)은 사도 시대 교인들의 성령 체험을 다루었다. 『태초와 종말의 창조와 혼돈』(1895)에서는 창세기 1장과 요한계시록 12장 같은 본문을 바벨론 창조 신화와 견주어 해석했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양식비평(본문의 문학 형식과 그 형식이 생겨난 상황을 분석하는 연구 방법)이다. 『창세기 주석』(1901)에서 그는 창세기의 이야기들이 글로 기록되기 전에 입으로 전해진 짧은 단위였다고 보고, 각 단위의 형식과 그것이 쓰였던 "삶의 자리"를 찾으려 했다. 이 방법을 시편에도 적용했다. 시편을 찬양시, 공동체 탄원시, 개인 탄원시, 제왕시, 개인 감사시 등으로 나누었고, 이 분류는 『시편 주석』(1926)과 제자 요아힘 베그리히가 완성한 『시편 입문』(1933)으로 정리되었다. 그의 방법은 루돌프 불트만, 마르틴 디벨리우스 등이 복음서 연구에 적용하면서 신약학으로도 퍼졌다.
한국 교회에 끼친 영향
궁켈의 이름은 한국 교회에서 주로 신학교의 구약 개론과 성경 해석 방법론 수업을 통해 알려져 있다. 진보 성향의 신학교에서는 양식비평이 성경 연구의 기본 방법으로 소개되어 왔다. 보수 성향의 교단과 신학교에서는 대체로 역사비평의 한 갈래로 보고 비판적으로 다루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시편을 찬양시·탄원시·감사시 등으로 나누어 읽는 방식은 교단을 가리지 않고 한국어 주석서와 설교에서 널리 쓰인다.
평가
궁켈은 성경 본문의 문학적 성격과 신앙 공동체의 예배 생활 사이의 관계를 드러낸 학자로 평가된다. 시편과 창세기 연구의 출발점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그문트 모빙켈, 게르하르트 폰 라트, 클라우스 베스터만 등 후대 구약학자들이 그의 방법을 이어받거나 수정했다.
비판도 있다. 성경 무오설을 지지하는 복음주의와 개혁주의 학자들은 그가 성경 이야기를 전설과 신화의 틀로 읽어 역사성과 계시의 권위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한다. 학계 안에서도 본문을 지나치게 작은 단위로 나누고 원래의 삶의 자리를 추측에 의존해 재구성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이후에는 완성된 본문 전체를 읽으려는 정경비평이나 문학비평이 함께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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