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에티엔
인물 · 같은 말: 로베르 에스티엔
로베르 에티엔(1503년경~1559)은 프랑스의 인쇄업자이자 고전학자이다. 1551년 그리스어 신약성경에 처음으로 절 번호를 매겼고, 오늘날 쓰이는 성경 장·절 체계의 틀을 놓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생애
로베르 에티엔(Robert Estienne)은 라틴어 이름 로베르투스 스테파누스(Robertus Stephanus)로도 불린다. 프랑스 파리에서 인쇄업자 앙리 에티엔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출생 연도를 1499년으로 보는 설도 있다. 라틴어·그리스어·히브리어를 익혀 가업을 이었고, 1539년 왕실 인쇄업자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펴낸 라틴어 성경의 본문과 주석을 두고 파리 대학 신학부(소르본)가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하면서 갈등이 이어졌다. 결국 1550년경 장 칼뱅이 활동하던 제네바로 옮겨 가 개혁파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후 제네바에서 인쇄 일을 계속하다가 1559년에 세상을 떠났다. 아들 앙리 에티엔도 그리스어 사전을 펴낸 학자로 이름을 남겼다.
사역과 업적
- 그리스어 신약성경 출판: 1546년부터 1551년까지 그리스어 신약성경을 네 차례 펴냈다. 이 가운데 1550년판은 여백에 여러 사본의 다른 읽기를 적어 넣은 판본으로 알려져 있다. 에라스뮈스의 본문을 바탕으로 한 이 판본은 이후 공인본문(Textus Receptus)의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 공인본문은 개신교권에서 오랫동안 표준으로 쓰인 그리스어 신약 본문을 말한다.
- 절 구분: 1551년 제네바에서 펴낸 그리스어 신약성경에 처음으로 절 번호를 매겼다. 장 구분은 이보다 앞서 13세기에 스티븐 랭턴이 만든 것이고, 에티엔은 그 안을 다시 절로 나누었다. 아들 앙리는 아버지가 파리에서 리옹으로 가는 여행길에 이 작업을 했다고 전했는데, 그 구체적인 의미를 두고는 해석이 갈린다. 1555년에는 라틴어 불가타 성경 전체에 절 번호를 붙였다. 구약은 유대 전통에서 이미 쓰던 절 나눔을 대체로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60년 영어 제네바 성경이 이 체계를 채택하면서 개신교권 전반으로 퍼졌다. 자세한 내용은 성경의 장과 절 문서에 있다.
- 종교개혁 문헌 인쇄: 제네바에서 칼뱅의 저작을 인쇄했으며, 1559년 라틴어판 『기독교 강요』도 그의 인쇄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교회에 끼친 영향
에티엔이 한국 교회와 직접 관계를 맺은 적은 없다. 그러나 개역개정을 비롯한 한글 성경도 그가 놓은 장·절 체계를 따른다. 그래서 "요한복음 3:16" 같은 성구 표기, 주보에 적는 설교 본문, 교독문, 큐티, 성경 암송, 성경통독 계획표처럼 한국 교회의 일상적인 신앙생활이 모두 이 체계 위에서 이루어진다. 또 킹제임스 성경과 공인본문의 권위를 둘러싼 논의에서도 그의 1550년판이 자주 언급된다.
평가
절 번호 덕분에 성경의 특정 구절을 빠르게 찾고, 인용하고, 서로 대조할 수 있게 되었다. 성구 사전이나 주석서 같은 연구 도구도 이 체계를 바탕으로 발전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성경 이용 방식을 바꾼 인물로 평가받는다.
비판도 있다. 절 나눔이 문장 중간을 끊는 경우가 있고, 앞뒤 맥락에서 떼어 낸 한 구절을 근거로 삼는 읽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현대 번역본 상당수가 절 번호는 유지하면서 본문은 문단 단위로 배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본문에 대해서도 견해가 갈린다. 그의 그리스어 본문은 비교적 후대의 사본 몇 가지에 기댄 것이어서, 19세기 이후 본문 연구에서는 더 오래된 사본을 바탕으로 한 본문이 널리 쓰인다. 반면 공인본문을 지지하는 쪽은 교회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본문이라는 점을 들어 그 권위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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