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전 선택설
교리·신학
타락전 선택설은 하나님의 작정 순서에서 인간의 선택과 유기에 관한 작정이 창조와 타락에 대한 작정보다 논리적으로 앞선다고 보는 개혁주의 예정론의 한 견해이다.
정의와 뜻
타락전 선택설(라틴어 supralapsarianism)은 '타락(lapsus)보다 앞선다(supra)'는 뜻이다. 칼빈주의 예정론 안에서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作定, 일어날 일을 미리 정하심)을 논리적으로 어떤 순서로 이해할지를 두고 나온 견해이다. 여기서 말하는 순서는 시간의 앞뒤가 아니라 논리의 앞뒤이다.
이 견해는 작정의 순서를 대략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 어떤 사람은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유기(遺棄, 구원에서 버려 두심)하기로 작정한다.
- 인간을 창조하기로 작정한다.
- 인간의 타락을 허용하기로 작정한다.
- 선택된 사람을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하기로 작정한다.
이와 대비되는 견해가 타락후 선택설(infralapsarianism)이다. 타락후 선택설은 창조와 타락의 작정이 먼저 오고, 선택은 이미 타락한 인류 가운데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성경적·역사적 배경
타락전 선택설을 지지하는 쪽은 토기장이 비유가 나오는 로마서 9장 18-23절, 하나님이 창세 전에 택하셨다는 에베소서 1:4, 하나님이 모든 일을 뜻대로 이루신다는 에베소서 1장 11절 등을 근거로 든다. 타락후 선택설 쪽은 성경이 선택을 죄인을 향한 긍휼로 묘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 칼뱅 자신은 작정의 순서를 체계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후대 개혁파 신학자들로, 칼뱅의 후계자 테오도르 베자가 타락전 선택설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르트 신조 첫째 교리 제7조는 선택을 "타락한 온 인류 가운데서" 이루어진 것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이 조항은 흔히 타락후 선택설에 가까운 서술로 읽힌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어느 한쪽을 공식 입장으로 정하지 않았다. 웨스트민스터 총회 의장이던 윌리엄 트위스는 타락전 선택설 지지자였다. 20세기에는 칼 바르트가 선택을 그리스도 중심으로 새롭게 해석하면서 타락전 선택설의 틀을 변형해 받아들였다.
한국 교회에서의 실제
한국에서 이 주제는 주로 장로교 계열 신학교의 조직신학 강의에서 다루어진다. 한국 신학교에서 널리 쓰인 루이스 벌코프의 『조직신학』 등은 두 견해를 함께 소개한다. 개혁주의 전통은 대체로 두 견해를 모두 정통 안의 견해로 인정한다. 다만 교회의 공식 신앙고백은 어느 한쪽을 명시하지 않는다. 설교나 일반 신앙생활에서 이 구분이 언급되는 일은 드물다.
감리교·성결교·순복음 등 아르미니우스주의와 웨슬리 신학의 영향을 받은 교단들은 무조건적 선택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은 선택을 하나님이 사람의 믿음을 미리 아심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작정의 순서를 둘러싼 이 논쟁은 이들 교단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 침례교는 교회마다 칼빈주의 수용 정도가 달라 입장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관련 논의는 예정과 자유의지 문서에서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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