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랄
성경 · 지명
그랄은 가나안 남서쪽, 가사와 브엘세바 사이에 있던 성읍이다. 아브라함과 이삭이 그랄 왕 아비멜렉과 얽힌 이야기의 무대로, 특히 이삭의 우물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성경 본문
그랄은 가나안 남서쪽 끝에 있던 성읍이다. 창세기 10:19 에서 가나안 족속의 경계를 말할 때 처음 나온다.
- 아브라함과 아비멜렉(창세기 20장): 아브라함은 "가데스와 술 사이 그랄"에 거류하며(창세기 20:1) 아내 사라를 누이라고 소개한다. 그러자 그랄 왕 아비멜렉이 사라를 데려간다. 하나님은 꿈에 아비멜렉에게 나타나 경고하고, 아비멜렉은 사라를 돌려보낸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선지자라고 부르신다(창세기 20:7). 아브라함이 기도하자 아비멜렉의 집안이 낫는다(창세기 20:17).
- 브엘세바 언약(창세기 21:22-34): 아비멜렉과 군대 장관 비골이 우물 문제로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는다. 그 뒤 두 사람은 "블레셋 족속의 땅"으로 돌아간다.
- 이삭과 우물(창세기 26장): 흉년이 들자 이삭은 애굽으로 내려가지 말라는 말씀을 듣고 그랄에 머문다(창세기 26:1-6). 그도 리브가를 누이라고 했다가 거짓이 드러난다. 농사로 백 배를 거두자(창세기 26:12) 블레셋 사람들이 시기하여 우물을 메운다. 이삭은 그랄 골짜기로 옮겨 에섹과 싯나 우물을 두고 다투다가 르호봇에 이르러 "이제는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넓게 하셨으니"라고 말한다(창세기 26:22). 이후 브엘세바로 올라가는데, 그랄에서 찾아온 아비멜렉과 그곳에서 언약을 맺는다.
- 아사의 승리(역대하 14:13-14): 유다 왕 아사가 구스 사람 세라의 군대를 그랄까지 추격하고 주변 성읍들을 친다.
배경
히브리어 이름은 '그라르'이며 뜻은 분명하지 않다. 이 지역은 물이 귀한 네게브 서부의 반건조 지대여서, 우물은 곧 생존과 소유의 문제였다. 정확한 위치는 학설이 나뉜다. 브엘세바 서북쪽의 텔 하로르로 보는 견해가 널리 알려져 있으며, 예전에는 텔 젬메 등도 거론되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그랄 이야기는 족장들이 약속의 땅에서 땅을 갖지 못한 나그네로 살던 모습을 보여 준다. 족장들은 두려움 때문에 거짓말을 했지만 하나님은 약속의 가정을 지키셨다. 이방 왕도 "네가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이 너와 함께 계시도다"라고 인정한다(창세기 21:22). 신약에는 그랄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히브리서 11장 8-12절은 아브라함이 약속의 땅에 "이방의 땅에 있는 것 같이" 거류했다고 하여 같은 주제를 이어받는다.
해석과 논점
- 아내를 누이라고 한 이야기는 애굽(창세기 12장)과 그랄(20장, 26장)에서 세 번 나온다. 보수적 해석은 이를 실제로 있었던 별개의 사건으로 보고, 반복을 족장들의 약점을 드러내는 장치로 읽는다. 비평학계 일부는 하나의 전승이 여러 형태로 전해진 것으로 본다.
- 20장과 26장의 아비멜렉이 같은 사람인지도 의견이 나뉜다. 시편 34편 표제는 사무엘상 21장의 가드 왕 아기스를 아비멜렉이라 부른다. 이를 근거로 아비멜렉을 칭호로 보는 견해가 있다.
- 블레셋 사람의 가나안 해안 정착은 보통 기원전 12세기 무렵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족장 시대에 "블레셋"이 나오는 것을 두고 견해가 갈린다. 후대 명칭을 쓴 시대착오로 보는 견해가 있고, 더 이른 시기의 이주민을 가리키거나 후대 독자에게 익숙한 이름으로 적은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국 교회에서
이삭이 우물을 빼앗기고도 다투지 않고 옮겨 가 르호봇에 이른 이야기는 양보와 인내, 하나님이 "넓게 하시는" 복을 주제로 한 설교 본문으로 자주 쓰인다. 흉년 중의 백 배 결실(창세기 26:12)도 순종과 축복을 다루는 설교에서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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