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마
성경 · 지명
호르마는 가나안 남쪽 네게브 지역의 성읍이다. 광야 시대에 이스라엘이 패하여 쫓겨 간 곳이며, 뒤에 그곳을 '진멸'하였다는 데서 이름이 붙었다. 민수기·여호수아·사사기 등에 나온다.
성경 본문과 내용
호르마는 구약에 여러 번 나오는 가나안 남부의 성읍 이름이다.
- 패배의 장소: 민수기 14:45와 신명기 1:44에 나온다. 가데스 바네아에서 열두 정탐꾼이 보고한 뒤 백성은 하나님의 심판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도 백성은 산지로 올라갔다가 패하여 호르마까지 쫓겨 갔다. 이때 언약궤와 모세는 진영을 떠나지 않았다(민수기 14:44). 쳐들어온 쪽을 민수기는 아말렉인과 가나안인으로, 신명기는 아모리 족속으로 적는다. 신명기는 아모리 족속이 "벌 떼 같이" 쫓아 세일에서부터 호르마까지 쳤다고 묘사한다.
- 이름이 붙은 사건: 민수기 21:1-3에 나온다. 아랏 왕이 이스라엘을 쳐서 몇 사람을 사로잡았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그 성읍들을 다 멸하겠다고 서원하였고, 승리한 뒤 그곳 이름을 호르마라 하였다.
- 사사기의 기록: 사사기 1:17에 따르면 유다가 시므온과 함께 스밧에 사는 가나안 사람을 쳐서 진멸하고, 그 성읍 이름을 호르마라 하였다.
- 그 밖의 언급:
- 여호수아 12:14에서는 정복된 왕들의 목록에 들어 있다.
- 여호수아 15:30과 19:4에서는 각각 유다와 시므온 지파의 성읍으로 나온다.
- 역대상 4:30에서는 시므온 자손의 성읍으로 나온다.
- 사무엘상 30:30에서는 다윗이 전리품을 나누어 보낸 곳 가운데 하나로 나온다.
배경
'호르마'는 히브리어 동사 '하람'과 관련된 이름이다. 하람은 하나님께 바쳐 없앤다는 뜻이며, 같은 뿌리의 명사 '헤렘'은 하나님께 바쳐 진멸할 대상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름은 대개 '진멸' 또는 '멸망'으로 풀이된다.
호르마는 아랏과 브엘세바 부근의 네게브 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텔 마소스 등 여러 후보지가 거론되지만 정확한 위치는 확정되지 않았다. 유다와 시므온 두 지파의 성읍 목록에 함께 나오는 것은 시므온의 기업이 유다 지파의 땅 안에 있었기 때문으로 설명된다(여호수아 19:1).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가데스 바네아의 불신앙은 광야 40년의 출발점이 되었고, 호르마는 그때 겪은 패배의 끝자리로 기억된다. 반면 민수기 21장은 같은 이름의 장소에서 거둔 승리를 전한다. 이 때문에 두 이야기는 흔히 서로 대비되어 읽힌다.
신약은 호르마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히브리서 3:16-19는 광야 세대의 불순종과 믿지 않음을 경고의 예로 든다.
해석과 논점
- 이름의 유래가 두 번 기록된 문제: 민수기 21장과 사사기 1장이 모두 이름의 유래를 전한다. 이를 두고 여러 설명이 있다.
- 민수기는 서원과 첫 승리를, 사사기는 최종 정복을 기록했다고 보는 설명
- 성읍을 다시 빼앗겼다가 재정복했다고 보는 설명
- 이름의 기원에 관해 서로 다른 전승이 함께 실렸다고 보는 비평학계의 설명
- 이름이 붙기 전에 나오는 문제: 민수기 14:45에 이미 '호르마'가 나오는 것은 대체로 기록자가 후대의 이름을 썼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 진멸의 윤리: 헤렘(진멸)을 어떻게 이해할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린다. 구속사에서 일회적인 심판으로 보고 오늘의 본보기로 삼지 않는 해석이 있고, 이 명령이 제기하는 윤리적 물음을 그대로 다루는 해석도 있다.
- 설교적 적용과의 구분: "패배의 자리가 승리의 자리가 되었다"는 읽기는 설교에서 덧붙이는 적용이다. 본문이 직접 하는 말은 아니다.
한국 교회에서
민수기 14:40-45는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 채 감행하는 열심을 경계하는 설교 본문으로 쓰이곤 한다. 호르마라는 지명 자체가 설교나 찬양에서 따로 강조되는 일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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