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물
교리·신학
성유물(聖遺物)은 성인·순교자의 유해나 그들이 쓰던 물건, 예수의 생애와 관련된 물건을 공경의 대상으로 보존한 것이다. 천주교와 정교회는 이를 공경하고, 개신교는 대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의와 뜻
성유물은 라틴어 '렐리퀴아이'(reliquiae, 남은 것)를 옮긴 말로, '성해(聖骸)'라고도 한다. 성인(聖人, 교회가 거룩한 삶을 살았다고 인정한 사람)이나 순교자의 뼈와 같은 유해, 그들이 입거나 쓰던 물건, 예수의 수난과 관련되었다고 전해지는 물건을 가리킨다. 천주교는 성유물을 대개 세 등급으로 나눈다. 유해 자체를 1급, 생전에 쓰던 물건을 2급, 1·2급 유물에 닿은 물건을 3급으로 본다. 예수의 얼굴이 찍혔다고 전해지는 '베로니카의 수건'도 이런 전승에 속한다.
성경적·역사적 배경
공경을 지지하는 쪽은 여러 성경 본문을 근거로 든다. 열왕기하 13:21에는 엘리사의 뼈에 닿은 시체가 살아났다는 기록이 있다. 사도행전 19:11-12에는 바울의 몸에 닿았던 손수건으로 병이 나았다는 기록이 있다. 반대로 열왕기하 18:4에서 히스기야는 백성이 분향하던 놋뱀을 부수었는데, 개신교는 이 본문을 물건 공경을 경계하는 예로 자주 든다.
초대교회는 순교자의 무덤에 모여 예배하였고, 이 관습이 성유물 공경으로 이어졌다. 787년 제2차 니케아 공의회는 제단을 봉헌할 때 성유물을 두도록 정하였다. 중세에는 성유물을 보려는 순례가 성행하였고, 성유물 거래와 위조도 널리 퍼졌다. 종교개혁 때 마르틴 루터는 성유물 공경을 면벌부 신앙과 함께 비판하였다. 장 칼뱅은 1543년 성유물을 비판하는 글을 써서 같은 물건이 여러 곳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천주교는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성유물 공경을 다시 확인하였다. 정교회도 성인의 유해를 공경하는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한국 교회에서의 실제
한국 개신교 대부분의 교단은 성유물 공경을 행하지 않는다. 장로교·감리교·성결교·침례교·순복음 교회는 성유물 공경이 성경에 근거가 없고 우상 숭배로 흐를 수 있다고 본다. 이때 근거로 드는 본문이 십계명의 둘째 계명(출애굽기 20:4-5)이다. 성공회의 39개조 신조 제22조는 유물 숭배를 근거 없는 교리로 비판한다. 다만 대한성공회 안에서도 전례 전통에 따라 관행에는 차이가 있다.
개신교에도 주기철·손양원 같은 순교자의 유품을 기념관에 보존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이는 신앙의 본을 기억하기 위한 역사 자료로 다룰 뿐, 기도나 공경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한국 천주교는 한국 순교 성인의 유해를 성지나 성당에 모시고 공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지순례에 나선 개신교인은 유럽이나 이스라엘의 성당에서 성유물을 접하게 되는데, 이를 역사·문화 유산으로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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