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 4장 11-13절
성경 구절 · 같은 말: 빌립보서 4:11-13
11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12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13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본문은 보호 기간이 끝난 개역한글판(1961)입니다. 개역개정·새번역 등 다른 번역본과는 낱말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바울이 빌립보 교회의 후원에 감사하며 어떤 형편에서도 자족하는 법을 배웠다고 고백하는 구절이다. 13절은 매우 널리 인용되지만, 문맥을 떠나 성취와 성공의 약속처럼 쓰인다는 지적도 함께 받는다.
문맥
빌립보서 4장 10-20절은 바울이 빌립보 교회가 에바브로디도 편에 보낸 후원(빌립보서 4:18)에 감사하는 단락이다. 바울은 이 편지를 갇힌 몸으로 썼다(빌립보서 1:13). 장소는 전통적으로 로마로 보지만, 에베소나 가이사랴로 보는 학자도 있다.
바울은 10절에서 교회의 관심이 다시 싹튼 것을 기뻐한다. 이어 11절에서 이 말이 더 받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님을 밝히고, 자신은 가난할 때나 넉넉할 때나 견디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14절에서는 교회가 자기 고난에 함께한 것을 "잘하였도다"라고 칭찬한다. 따라서 이 구절은 후원을 거절하는 말이 아니다. 감사와 함께 자신의 처지가 후원에 매여 있지 않다는 것을 밝히는 말이다.
해석
- 문맥적 읽기: 많은 주석가는 13절의 "모든 것"을 앞의 12절과 이어 읽는다. 곧 비천과 풍부, 배부름과 배고픔이라는 서로 다른 형편을 모두 견디는 일을 가리킨다고 본다. 13절은 무엇이든 이룬다는 약속이 아니라, 어떤 처지에서도 견디게 하는 힘의 출처를 밝힌 말로 읽힌다.
- '자족' 개념에 대한 읽기: "자족"으로 옮긴 그리스어 아우타르케스는 스토아 철학에서 외부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 충족을 뜻하던 말이다. 학자들은 바울이 이 말을 빌려 쓰되, 그 근거를 자기 자신이 아니라 "능력 주시는 자", 곧 그리스도께 두었다고 설명한다. 12절의 "비결을 배웠노라"도 본래 신비 종교의 입문을 가리키던 동사로 알려져 있으며, 바울은 이를 비유로 썼다고 본다.
- 경건과 성화의 읽기: 개혁주의 전통, 특히 청교도는 이 구절을 그리스도인의 자족을 다루는 본문으로 즐겨 다루었다. 17세기 청교도 제레마이어 버로스(Jeremiah Burroughs)의 설교집 『The Rare Jewel of Christian Contentment』가 이 구절을 바탕으로 한 대표적 저작으로 알려져 있다.
논쟁과 쟁점
- 사본과 번역: 비잔틴 계열 사본과 이를 따른 공인본문에는 13절에 "그리스도"가 들어 있다. 영어 킹제임스역이 "through Christ"로 옮긴 것이 이 때문이다. 현대 비평본문에는 이 말이 없고, 개역한글·개역개정·새번역도 "능력 주시는 자(분)"로 옮긴다. 어느 쪽이든 그 주체가 그리스도라는 데에는 해석상 큰 이견이 없다.
- 문맥을 떠난 인용: 13절은 운동 경기, 시험, 사업처럼 목표를 이루는 장면에서 자주 인용된다. 이에 대해 여러 설교자와 학자는, 본래 '궁핍도 견딜 수 있다'는 고백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약속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이 비판은 번영신학에 대한 비판과 맞닿아 있다. 반면 이 구절을 격려로 쓰는 쪽은, 그리스도를 의지하여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태도 역시 본문의 정신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다.
함께 읽을 구절
- 디모데전서 6:6-9 — 자족하는 마음과 경건
- 히브리서 13:5-6 — 있는 바를 족한 줄로 알라
- 고린도후서 12:7-10 — 약함 가운데 온전해지는 능력
- 빌립보서 1:21-23 — 같은 편지에서 바울이 밝힌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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