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부자 비유
성경 · 비유
누가복음 12장 13-21절에 나오는 예수의 비유이다. 곳간을 늘려 재물을 쌓아 두고 안심하던 부자가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라는 말을 듣는 이야기로, 탐심을 경계한다.
본문과 내용
누가복음 12:13-21에만 나오는 비유이다. 무리 가운데 한 사람이 형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말해 달라고 청한다. 예수는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장이나 물건 나누는 자로 세웠느냐"며 이를 거절한다. 이어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누가복음 12:15)고 말한 뒤 이 비유를 든다.
어떤 부자의 밭이 풍작을 이루자 그는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지어 곡식과 물건을 모두 쌓아 두기로 한다. 그리고 자기 영혼에게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고 말하려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고 말한다. 예수는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누가복음 12:21)는 말로 비유를 맺는다.
배경과 낱말
당시 유대 사회에서는 유산 다툼을 율법 교사에게 가져가 중재를 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탐심: 헬라어 플레오넥시아(πλεονεξία)를 옮긴 말로,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을 뜻한다.
- 어리석은 자: 헬라어 아프론(ἄφρων)은 '분별(생각)이 없는 자'라는 뜻이다.
- 영혼: 헬라어 프쉬케(ψυχή)는 목숨이나 자기 자신을 가리키기도 한다.
부자의 혼잣말에 "내 곡식", "내 곳간", "내 영혼"처럼 '나'가 거듭 나온다는 점이 자주 지적된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구약 지혜 문학에서 '어리석은 자'는 하나님이 없는 듯이 사는 사람을 가리킨다(시편 14:1). 재물을 남에게 남기고 떠나는 허무함은 전도서 2:18-21과 전도서 5장 15절에서도 다루어진다.
누가복음에서는 이 비유 바로 뒤에 염려하지 말고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라는 가르침과 하늘에 보물을 두라는 말씀(누가복음 12:22-34)이 이어진다. 이 부분은 마태복음 6장 24-34절과 겹친다. 그래서 이 비유는 재물에 관한 가르침을 여는 도입 구실을 한다.
부자와 나사로, 부자 청년 이야기와 함께 누가복음이 재물 문제를 자주 다룬다는 근거로 꼽힌다. 내일 일을 장담하지 말라는 야고보서 4장 13-15절, 부한 자에게 정함이 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라는 디모데전서 6장 17-19절과도 맥이 닿는다. 외경인 도마복음(어록 63)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해석과 논점
- 부가 문제인가, 태도가 문제인가: 본문은 부자가 재산을 부정하게 모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풍작은 "밭이 소출이 풍성"해서 생긴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해석은 부 자체보다 탐심, 하나님과 이웃을 잊은 자기중심성, 생명이 하나님 손에 있음을 잊은 태도를 문제로 본다.
-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함"의 뜻: 해석은 크게 세 갈래이다. 누가복음 12:33의 "소유를 팔아 구제하라"와 이어 구제와 나눔으로 읽는 해석, 하나님과의 관계와 믿음으로 읽는 해석, 재물을 맡은 청지기의 책임으로 읽는 해석이 있다. 이들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 본문에 없는 보충: 부자가 기근 때 값을 올리려고 곡식을 쌓았다거나 가난한 이웃을 외면했다는 설명은 본문에 없는 해석상의 덧붙임이다. 부자가 그날 밤 죽었다는 것도 하나님의 말로 암시될 뿐 직접 서술되지는 않는다.
- 번영신학과 관련한 논의: 이 비유는 번영신학을 비판하는 쪽에서 자주 인용된다. 한편 이 비유를 정당한 재산 형성이나 저축까지 부정하는 것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한국 교회에서
물질관, 탐심, 인생의 유한함을 다루는 설교에서 자주 쓰인다. 곡식 수확이 소재여서 추수감사절이나 연말 설교 본문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나님께 부요한 삶"이라는 표현은 나눔과 헌금을 권하는 자리에서도 쓰인다.
함께 보기 8
토론 0
이 문서에 대한 의견, 다른 관점, 고칠 점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