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볼렛
성경 · 개념·용어
쉽볼렛은 사사기 12장에서 길르앗 사람들이 요단강 나루터에서 에브라임 사람을 가려내려고 발음하게 한 히브리어 낱말이다. 에브라임 사람은 이를 '십볼렛'으로 발음해 정체가 드러났다.
성경 본문과 내용
쉽볼렛은 사사기 12장 1-6절에 나온다. 사사 입다가 길르앗 사람들을 이끌고 암몬 자손을 물리친 뒤, 에브라임 사람들이 싸움에 자기들을 부르지 않았다며 무리를 지어 입다에게 항의한다(사사기 12:1). 이 다툼은 길르앗과 에브라임 사이의 싸움으로 번졌고, 길르앗 사람들이 이겼다.
길르앗 사람들은 요단강 나루터를 먼저 차지하고 강을 건너려는 사람에게 에브라임 사람인지 물었다. 아니라고 대답하면 "쉽볼렛"이라고 말해 보게 했다. 그 사람이 "십볼렛"이라고 발음하면 에브라임 사람으로 여겨 그 자리에서 죽였다. 본문은 그때 죽은 에브라임 사람이 사만 이천 명이었다고 적는다(사사기 12:6).
배경과 낱말의 뜻
히브리어 '쉽볼렛'은 구약의 다른 본문에서 '이삭'(창세기 41장)이나 '흐르는 물, 물결'(시편 69편)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이 장면에서 어느 뜻으로 쓰였는지는 본문이 밝히지 않는다. 요단강 나루터라는 장소 때문에 '물결'의 뜻으로 읽는 해석도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요단강 동쪽의 길르앗과 서쪽의 에브라임은 같은 이스라엘 지파 계열이었지만 말투가 서로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에브라임 사람이 '쉬' 소리를 왜 제대로 내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설명이 다르다. 에브라임 방언에 그 소리가 없었다는 설명이 있고, 다른 소리로 바뀌어 났다는 설명도 있다. 에브라임은 이전에도 기드온에게 비슷한 불만을 터뜨린 적이 있다(사사기 8:1).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사건은 외적과 싸우던 이스라엘이 지파끼리 서로 죽이는 데까지 이른 장면이다. 사사기가 그리는 사사 시대의 분열과 혼란을 보여 주며, 뒤에 나오는 베냐민 지파와의 전쟁(사사기 20장)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읽힌다.
신약은 이 사건을 직접 인용하지 않는다. 다만 말투로 출신이 드러나는 비슷한 장면이 있다. 베드로는 대제사장의 집 뜰에서 "네 말소리가 너를 표명한다"(마태복음 26:73)는 말을 들었다. 또 많은 해석자는 출신과 혈통의 경계를 허무는 신약의 가르침(갈라디아서 3:28, 에베소서 2장 14-17절)을 이 사건과 대비해 읽는다.
해석과 논점
- 입다에 대한 평가: 히브리서 11장 32절은 입다를 믿음의 사람들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그러나 이 사건과 서원 사건 때문에 입다를 비판적으로 보는 해석자도 많다. 이 둘을 어떻게 함께 이해할지는 해석자마다 다르다.
- 사만 이천이라는 수: 본문은 "그 때에" 죽은 사람의 수라고만 적는다. 이 수가 나루터에서 발음 시험으로 죽은 사람만을 가리키는지, 전투 전체의 사망자를 가리키는지는 본문이 구분하지 않는다. 또 일부 학자는 '천'으로 옮긴 히브리어 낱말이 군사 단위를 뜻할 수 있다고 보아 실제 수가 더 적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 설교에서의 적용: 설교에서는 흔히 두 방향으로 쓰인다. 하나는 말과 삶에 신앙의 정체성이 드러난다는 적용이다. 다른 하나는 작은 차이를 구실로 형제를 배제하고 해치는 공동체의 모습을 경계하는 적용이다.
후대의 쓰임
영어 등 여러 언어에서 '쉽볼렛'(shibboleth)은 어떤 집단의 사람인지를 가려내는 말이나 표지, 또는 특정 집단만의 관습을 뜻하는 일반 명사가 되었다.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때 일부 일본인들이 특정 낱말을 발음하게 하여 조선인을 가려낸 일이 알려져 있다. 이 일은 발음으로 사람을 가려낸 사례로서 쉽볼렛 사건과 함께 거론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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