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정통주의
교리·신학
급진 정통주의는 1990년대 영국 케임브리지를 중심으로 일어난 신학 운동이다. 근대의 '세속'이라는 영역이 중립적이지 않다고 비판하고, 교부와 중세 신학으로 돌아가 모든 실재를 신학의 눈으로 다시 해석하려 한다.
정의와 뜻
급진 정통주의(Radical Orthodoxy)는 영국 성공회 신학자 존 밀뱅크(John Milbank)를 중심으로 형성된 신학 흐름이다. 1999년 밀뱅크, 캐서린 픽스톡(Catherine Pickstock), 그레이엄 워드(Graham Ward)가 함께 엮은 논문집 『Radical Orthodoxy: A New Theology』에서 이름이 굳어졌다. 여기서 '급진'은 과격하다는 뜻이 아니라 뿌리(라틴어 radix)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정통'은 정교회를 가리키지 않고, 초대 교회의 신경과 교부 전통에 따른 신앙을 가리킨다.
이 운동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근대가 말하는 '세속'은 종교와 무관한 중립 영역이 아니라 특정한 신학적·철학적 선택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의 존재에 '참여'할 때에만 참된 의미를 지닌다(참여 존재론).
- 근대 사회이론이나 철학이 신학의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되며, 신학이 정치·경제·문화를 해석하는 틀이 되어야 한다.
성경적·역사적 배경
급진 정통주의는 특정 성경 본문을 해석하는 데서 나온 운동이라기보다 철학적·신학적 운동이다. 참여 개념을 설명할 때 베드로후서 1:4의 "신성한 성품에 참여하는 자"와 같은 구절이 언급되기도 한다. 사상의 원천으로는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 그리고 20세기 프랑스 가톨릭 신학의 앙리 드 뤼박 등이 거론된다. 밀뱅크의 『신학과 사회이론』(1990)이 운동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이 운동은 근대 세속화의 뿌리를 중세 후기 둔스 스코투스의 '존재의 일의성'(하나님과 피조물에게 '존재한다'는 말이 같은 뜻으로 쓰인다는 주장)에서 찾는다. 이런 역사 해석에 대해서는 중세 철학 연구자들이 사료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고 비판해 왔다. 종교개혁을 근대적 분열의 한 흐름으로 보는 시각 때문에 개신교 신학자들도 반론을 제기해 왔다. 이 운동이 성찬을 중심에 둔 예전적·성례전적 신학을 중시한다는 점도 자주 지적된다.
한국 교회에서의 실제
한국에서 급진 정통주의는 교회 현장보다 신학대학원과 학계에서 주로 소개되는 주제이다. 이 운동을 두고 교단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내거나 결의를 한 사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개혁주의 쪽에서는 미국 칼빈대학교의 제임스 K. A. 스미스가 이 운동을 개혁주의 관점에서 소개하고 비평한 『Introducing Radical Orthodoxy』(2004)가 주로 참고된다. 스미스의 다른 저서 일부가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이 흐름이 기독교 세계관 논의와 함께 언급되기도 한다.
복음주의 신학자들은 대체로 다음 두 가지를 경계한다.
반면 세속 문화와 근대 이성을 비판하는 이 운동의 문제의식은 포스트모던 신학이나 기독교와 문화 논의에서 대화 상대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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