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아
성경 · 개념·용어
필리아(φιλία)는 '우정, 친밀한 사랑'을 뜻하는 그리스어 낱말이다. 신약성경에는 명사로 한 번 나오지만, 같은 뿌리의 동사 '필레오'와 명사 '필로스'(친구)는 여러 곳에 쓰인다.
성경에 나오는 곳
필리아는 신약성경에서 명사로는 야고보서 4:4에 한 번 나온다. "세상과 벗된 것이 하나님과 원수 됨을 알지 못하느냐"에서 '벗된 것'이 필리아이다. 같은 뿌리의 동사 '필레오'(사랑하다, 입맞추다)와 명사 '필로스'(친구)는 여러 곳에 쓰인다.
- 요한복음 11:3: 나사로의 누이들이 예수께 "사랑하시는 자가 병들었나이다"라고 전한다.
- 요한복음 5:20: "아버지께서 아들을 사랑하사"
- 요한복음 15:13-15: 예수는 제자들을 더 이상 종이 아닌 "친구"라고 부른다.
- 요한복음 21:15-17: 부활한 예수가 베드로에게 사랑하느냐고 세 번 묻는다.
- 고린도전서 16:22, 요한계시록 3:19
- 야고보서 2:23: 아브라함을 "하나님의 벗"이라 부른다.
같은 뿌리의 합성어도 있다. '필라델피아'는 형제 우애를 뜻하며 로마서 12:10과 히브리서 13:1에 나오고, '필로크세니아'는 손님 대접을 뜻하며 로마서 12:13과 히브리서 13:2에 나온다. 반대로 '돈을 사랑함'(디모데전서 6:10)처럼 그릇된 애착을 가리키는 말에도 이 어근이 쓰인다.
배경
고대 그리스에서 필리아는 친구 사이의 우정뿐 아니라 가족, 동료, 같은 도시의 시민 사이에 맺어지는 유대를 폭넓게 가리켰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필리아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신약은 필리아 계열의 낱말과 아가페 계열의 낱말을 함께 써서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 그리고 사람 사이의 사랑을 표현한다. 요한복음은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일을 3:35에서는 아가파오로, 5:20에서는 필레오로 적는다. 요한복음 15:13의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에서는 '친구'가 필로스이고 '사랑'은 아가페이다. 이처럼 두 계열의 낱말이 한 문장 안에서 맞물려 쓰이기도 한다. 반면 야고보서는 '세상과의 우정'이 하나님과의 관계와 충돌한다고 경고한다.
해석과 논점
요한복음 21장에서 예수는 처음 두 번은 아가파오로, 세 번째는 필레오로 묻는다. 베드로는 세 번 모두 필레오로 대답한다. 이 차이를 두고 해석이 나뉜다.
- 구별하는 견해: 예수가 세 번째 질문에서 베드로의 수준에 맞추어 낮추어 물었다거나, 두 낱말에 뜻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 구별하지 않는 견해: 요한복음이 두 동사를 바꿔 가며 쓰는 일이 잦으므로 문체상의 변화로 본다. '양'과 '어린 양', '먹이라'와 '치라'처럼 이 단락의 다른 낱말도 번갈아 쓰였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개역개정 등 한국어 성경은 두 동사를 모두 '사랑하다'로 옮겼기 때문에 우리말 본문에서는 이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흔히 "아가페는 하나님의 무조건적 사랑이고, 필리아는 인간적이고 조건적인 사랑"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은 본문이 직접 말하는 정의가 아니다. 아가파오도 "데마는 이 세상을 사랑하여"(디모데후서 4:10)나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한 것"(요한복음 3:19)처럼 그릇된 사랑에 쓰인다. 그래서 낱말만으로 사랑의 질을 정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 사랑을 네 가지로 나누는 구분은 C. S. Lewis의 『네 가지 사랑』을 통해 널리 알려졌는데, 이 가운데 '에로스'는 신약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한국 교회에서
요한복음 21장을 본문으로 한 설교에서 아가페와 필리아의 차이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또 소아시아 일곱 교회 가운데 하나인 빌라델비아(요한계시록 3:7)를 교회 이름으로 쓰는 교회가 있다. 빌라델비아라는 지명은 '형제 사랑'을 뜻하는 말과 같은 뿌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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