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의 교리에 관한 공동 선언
역사
칭의 교리에 관한 공동 선언은 1999년 10월 31일 세계루터교연맹과 로마 가톨릭교회가 서명한 문서이다.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두 교회를 갈라놓은 칭의 문제에서 "기본 진리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배경
칭의(稱義)는 죄인이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인정받는 일을 말하며, 16세기 종교개혁의 핵심 쟁점이었다. 마르틴 루터와 루터교는 사람이 행위가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는다고 가르쳤다(로마서 3:28, 갈라디아서 2:16). 이 가르침은 1530년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에 담겼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1547년 의화(義化) 교령을 내렸다. 이 교령은 하나님의 은혜로 시작되는 의화 안에서 인간의 협력과 내적 새로워짐을 강조하고, 반대 견해에는 파문(교회에서 내쫓음)을 선언하는 조항을 붙였다. 이후 두 교회는 서로의 가르침을 정죄한 상태로 수백 년을 지냈다. 한국 천주교는 칭의를 '의화'라고 옮긴다.
전개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이후 가톨릭교회와 세계루터교연맹은 공식 신학 대화를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미국과 독일의 대화 문서들이 16세기의 상호 정죄가 오늘날의 상대 교회에도 그대로 해당하는지를 검토했다.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에 공동 선언문이 작성되었고, 1997년 최종안이 나왔다. 1998년 가톨릭 측의 공식 응답에 유보 조항이 들어 있어 논란이 일었다. 양측은 이를 해소하려고 '공식 공동 성명'과 부속서를 덧붙였다. 서명은 1999년 10월 31일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이루어졌다. 이날은 종교개혁 기념일이다.
선언의 중심 고백은 이렇다. "우리의 공로 때문이 아니라 오직 은혜로,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을 믿는 믿음 안에서" 하나님께 받아들여지고 성령을 받는다. 선언은 이어서 인간의 무력함, '의인이면서 동시에 죄인'이라는 이해, 율법과 복음, 구원의 확신, 선행과 같은 주제를 하나씩 다룬다. 각 주제마다 공동 고백을 먼저 적고, 그 뒤에 가톨릭과 루터교 각각의 강조점을 나란히 적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흔히 '차이를 인정하는 합의'라고 부른다. 결론부는 이 선언에 제시된 양측의 가르침에는 16세기의 정죄가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결과와 영향
다른 교파 세계 기구들도 이후 이 선언에 동참했다. 세계감리교협의회는 2006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감리교대회 기간에 선언을 받아들였다. 성공회 쪽에서는 2016년 성공회협의회가 선언의 실질적 내용을 환영하고 인정했다.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은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동참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한국루터회가 세계루터교연맹의 회원 교회로서 이 선언의 당사자 쪽에 속한다. 이 선언은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교리 대화의 대표적 성과로 자주 인용된다.
평가
지지하는 쪽은 이 선언을 종교개혁 이후 가장 오래된 교리 분열에서 이룬 이정표로 본다. 또 각 교회가 자기 신앙고백을 버린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한 채 공통 기반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비판도 여러 방향에서 나왔다. 루터교 안에서는 서명 무렵 독일의 개신교 신학 교수 다수가 반대 성명을 냈다. 세계루터교연맹에 속하지 않은 일부 보수 루터교회도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개혁주의와 복음주의 진영 일부는 하나님이 죄인을 의롭다고 선언하는 '법정적 칭의'와 '오직 믿음'의 원리가 흐려졌다고 본다. 이들은 공로나 면벌(대사) 같은 실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도 지적한다. 가톨릭 안에서도 트리엔트 공의회의 가르침이 약해졌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한국 개신교에서도 이 선언을 대화의 성과로 보는 시각과 개혁 원리의 후퇴로 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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