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로부터의 창조
교리·신학
무로부터의 창조는 하나님이 이미 있던 재료 없이 오직 말씀과 뜻으로 세상 만물을 존재하게 하셨다는 기독교 교리이다. 라틴어로 '크레아티오 엑스 니힐로'(creatio ex nihilo)라 한다.
정의와 뜻
무로부터의 창조는 하나님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무, 無)에서 세상을 지으셨다는 교리이다. 하나님 밖에 하나님과 함께 영원히 있던 물질이나 원리는 없으며, 하나님만 스스로 계시고 나머지 모든 것은 하나님에게서 존재를 받았다고 본다. 이 교리는 창조주와 피조물(지음 받은 존재)을 뚜렷이 구분하는 근거가 되며, 창조와 섭리 교리의 바탕을 이룬다.
성경적·역사적 배경
성경적 근거로는 흔히 창세기 1:1, 히브리서 11:3("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니라"), 로마서 4:17, 요한복음 1:3, 시편 33:6, 골로새서 1:16이 꼽힌다. 천주교와 정교회가 성경으로 인정하는 마카베오기하 7:28도 자주 인용된다. 다만 일부 성서학자는 창세기 1:1–2가 무로부터의 창조를 직접 말한다기보다 혼돈에 질서를 주는 장면에 가깝다고 해석하며, 이 교리가 성경 전체를 근거로 후대에 정리되었다고 본다.
교리로서는 2세기 무렵 교부(초대 교회의 신학 지도자)들이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그리스 철학에서는 신이 이미 있던 물질을 빚어 세상을 만들었다고 보았고, 영지주의는 물질세계를 악한 것으로 여겼다. 교부들은 이에 맞서 하나님만 영원하시며 물질도 하나님이 선하게 지으셨다고 가르쳤다. 이후 아우구스티누스가 이를 체계화했고, 1215년 제4차 라테란 공의회는 하나님이 모든 피조물을 무에서 지으셨다고 고백했다.
한국 교회에서의 실제
한국 개신교의 주요 교단은 교단을 가리지 않고 이 교리를 받아들인다. 예배에서 고백하는 사도신경의 "천지의 창조주"와 니케아 신경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만드신"이라는 구절이 이를 담고 있으며, 장로교가 표준 문서로 삼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4장도 하나님이 세상을 무에서 창조하셨다고 고백한다.
교단과 신학자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 것은 이 교리 자체보다 창조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의 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는가 하는 문제이다. 창세기의 엿새를 문자 그대로의 24시간으로 보는 견해, 지구의 나이를 길게 보는 견해, 하나님이 진화 과정을 통해 창조하셨다고 보는 견해가 함께 있다. 이 논의는 창조와 진화 문서에서 다룬다. 어느 견해를 따르든 무로부터의 창조라는 출발점은 대체로 공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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