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하레셋
성경 · 지명
길하레셋은 사해 동쪽 모압 땅의 성읍으로, 열왕기하 3장에서 모압 왕 메사가 이스라엘·유다·에돔 연합군에 맞서 마지막으로 버틴 곳이다. 이사야와 예레미야의 모압 예언에도 나온다.
성경 본문
길하레셋은 열왕기하 3장에 처음 나온다. 아합이 죽은 뒤 모압 왕 메사가 이스라엘을 배반하였다(열왕기하 3:4-5). 이스라엘 왕 여호람은 유다 왕 여호사밧, 에돔 왕과 함께 모압을 치러 나섰다. 연합군은 광야에서 물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었는데, 엘리사의 예언대로 골짜기에 물이 차서 위기를 넘겼다. 이어 모압 군대를 무찌르고 성읍들을 헐었으며, 밭을 돌로 메우고 샘을 막고 나무를 베었다.
열왕기하 3:25은 그 가운데 "길하레셋에는 돌들이 남았다"고 하고, 물매꾼들이 성을 에워싸고 쳤다고 적는다. 물매는 가죽끈에 돌을 넣어 돌려 던지는 무기이다. 메사는 칼 든 군사 칠백 명을 데리고 에돔 왕 쪽으로 포위를 뚫으려 했으나 실패하였다. 그러자 왕위를 이을 맏아들을 성 위에서 번제로 바쳤다. 본문은 이때 "이스라엘에게 크게 격노함이 임하매" 연합군이 물러갔다고 기록한다(열왕기하 3:26-27).
이사야 16:7은 모압에 대한 예언에서 "길하레셋의 건포도 떡"을 잃고 슬퍼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사야 16:11과 예레미야 48:31, 36에는 같은 곳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는 '길헤레스'라는 형태가 나온다. 이 이름의 한글 표기는 번역본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사야 15:1의 "모압 기르"도 흔히 같은 성읍으로 본다.
배경
모압은 사해 동쪽 고원에 자리한 나라로, 이스라엘과 오랫동안 다투고 교류하였다. 길하레셋은 그 중심 성채로 여겨진다. 위치는 오늘날 요르단의 케락(알카락)으로 보는 견해가 널리 알려져 있으나, 고고학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름의 앞부분 '기르'는 '성벽' 또는 '성읍'을 뜻하는 말로 알려져 있다. 뒷부분은 '토기 조각'이나 '벽돌'로 풀이하는 견해가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메사가 이스라엘에 맞선 일은 19세기에 발견된 모압 왕 메사의 비석(흔히 '모압 비석'이라 부름)에도 메사의 시각에서 기록되어 있다. 다만 이 비석이 열왕기하 3장의 전쟁을 직접 다루는지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길하레셋은 열왕기에서는 이스라엘과 주변 민족 사이의 전쟁터로 나온다. 예언서에서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 모압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쓰인다. 이사야 16:11에서 예언자는 길하레셋을 위해 자기 속이 수금처럼 운다고 말한다. 이 구절은 이방 민족의 멸망 앞에서도 슬퍼하는 예언자의 마음을 보여 주는 대목으로 자주 언급된다. 신약성경에는 이 지명이 나오지 않는다.
해석과 논점
가장 많이 논의되는 대목은 열왕기하 3:27의 "크게 격노함"이 누구의 것이냐는 문제이다. 주요 견해는 다음과 같다.
- 하나님의 진노로 보는 견해: 이스라엘이 엘리사의 예언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행동한 데 대한 진노라고 본다.
- 모압 사람들의 분노로 보는 견해: 왕자의 희생을 본 모압 사람들이 격분해 맹렬히 반격했다고 본다.
- 이스라엘 쪽의 반응으로 보는 견해: 인신 제사의 참혹함 앞에서 이스라엘 군이 크게 당황하고 사기를 잃었다고 본다.
본문은 메사의 제사가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건을 모압 신의 능력을 인정하는 이야기로 읽는 것을 경계하는 해석이 많다. 또한 3:25의 물매꾼 기사는 성을 포위한 전술을 짧게 적은 것이다. 물매 공격이 성을 무너뜨렸다는 식의 서술은 본문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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