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항
성경 · 지명
미항(美港)은 사도행전 27장에서 바울을 태운 배가 로마로 가는 길에 머문 그레데 섬 남쪽 해안의 항구로, 라새아 성 가까이에 있었다.
성경 본문
미항은 사도행전 27장, 죄수 신분이 된 바울이 가이사랴에서 로마로 압송되는 항해 이야기에 나온다. 무라에서 알렉산드리아 배로 갈아탄 일행은 역풍 때문에 "여러 날 만에 간신히" 니도 맞은편에 이르렀고, 살모네 앞을 지나 그레데 해안을 바람막이 삼아 항해한 끝에 "미항이라는 곳에 이르니 라새아 성에서 가깝더라"(사도행전 27:8).
이곳에서 시간이 지체되어 "금식하는 절기"가 지나자 항해가 위태로워졌다. 바울은 계속 가면 짐과 배뿐 아니라 생명까지 잃을 것이라고 권했지만(사도행전 27:9-10), 백부장은 선장과 선주의 말을 더 믿었다. 미항은 겨울을 지내기에 불편한 항구였으므로, 다수가 서남쪽과 서북쪽을 향한 그레데의 다른 항구 뵈닉스로 옮겨 겨울을 나자고 하였다(사도행전 27:11-12). 남풍이 순하게 불자 배는 미항을 떠났으나, 곧 유라굴로라는 광풍을 만나 표류하다가 멜리데 섬에서 파선하였다.
배경
"미항"은 '아름다운 항구'라는 뜻의 한자어로, 그리스어 원문 '칼로이 리메네스'(좋은 항구들)를 옮긴 말이다. 흔히 오늘날 크레타 남부 해안의 작은 만인 칼리 리메네스로 비정되며, 옛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문이 말하듯 바람을 막아 주는 작은 정박지였지만 큰 배가 겨울을 나기에는 알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금식하는 절기"는 일반적으로 유대력 일곱째 달 열흘에 지키는 속죄일로 이해되며, 양력으로 9~10월 무렵이다. 고대 지중해에서는 대략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바다 항해를 피했다고 알려져 있어, 이 시점의 항해가 위험했던 까닭을 설명해 준다. 항해 연도는 학자마다 다르게 추정한다.
해석과 논점
- 바울의 경고의 성격: 사도행전 27:10의 "내가 보니"를 계시로 읽는 해석도 있고, 이미 여러 차례 파선을 겪은 바울의 경험에서 나온 판단으로 읽는 해석도 있다(고린도후서 11:25 참조). 처음에는 생명의 손실까지 경고했으나, 뒤에 천사의 말을 전하면서는 아무도 생명을 잃지 않으리라고 말한다(사도행전 27:22-24). 이 차이를 두고 처음 판단과 이후 받은 계시를 구분해 읽는 설명이 있다.
- "우리" 단락: 이 항해 기사는 1인칭 복수 "우리"로 서술되어, 전통적으로 저자 누가가 바울과 동행한 목격 기록으로 본다. 학계에는 이를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 설교적 읽기: 이름은 '아름다운 항구'이지만 겨울을 나기에 불편했다는 대비, 그리고 전문가와 다수의 판단을 따라 미항을 떠났다가 광풍을 만난 장면이 교훈으로 풀이되곤 한다. 이는 본문의 사실 서술에 덧붙인 적용이며, 본문 자체가 미항에 머무는 것이 옳았다고 직접 평가하지는 않는다.
한국 교회에서
바울의 로마 항해 본문은 한국 교회 설교에서 "유라굴로 광풍" 이야기와 함께 자주 다뤄지며, 미항은 그 출발점으로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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