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보는 창세기전 · 47편 / 모두 50편
나그네 길의 세월
창세기 47장을 한 편의 소설로 풀어 쓴 글입니다. · 풀이와 해석이 있는 글로 보기
바로의 궁은 한낮에도 서늘했다. 돌기둥 사이로 비껴 든 햇빛이 바닥에 길게 누워 있었고, 향로에서 오르는 연기가 천천히 흩어졌다. 요셉은 그 빛을 가로질러 바로 앞에 섰다.
"제 아버지와 형들이 양과 소와 가진 모든 것을 이끌고 가나안 땅에서 왔습니다. 지금 고센 땅에 있습니다."
그의 뒤를 따라 다섯 사내가 들어왔다. 요셉이 형들 가운데서 골라 데려온 이들이었다. 광야의 볕에 그을린 얼굴에, 지팡이를 오래 쥐어 마디가 굵어진 손이었다. 그들은 금빛으로 꾸민 방 한가운데에서 무릎을 굽혔다.
바로가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너희는 무슨 일을 하며 사느냐?"
"저희 종들은 목자입니다. 저희도 저희 조상도 다 그러했습니다."
잠시 말이 끊겼다. 형들 가운데 하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가나안 땅에 기근이 심하여 저희 종들의 양 떼를 먹일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땅에 몸 붙여 살려고 왔습니다. 부디 저희 종들이 고센 땅에 머물게 해 주십시오."
바로는 형들이 아니라 요셉을 향해 말했다.
"네 아버지와 형들이 네게 왔구나. 애굽 땅이 네 앞에 있으니, 이 땅에서 가장 좋은 곳에 네 아버지와 형들을 살게 하라. 고센 땅에 살게 하라. 그리고 그들 가운데 솜씨 있는 사람이 있거든 내 가축을 맡겨 돌보게 하라."
이윽고 요셉은 아버지 야곱을 이끌고 들어왔다. 노인의 걸음은 느렸다. 지팡이 끝이 돌바닥에 닿을 때마다 마른 소리가 높은 천장으로 울려 올라갔다. 흰 머리칼이 어깨를 덮었고, 얼굴에는 깊은 골이 패어 있었다. 그는 애굽의 왕 앞에 섰다. 그리고 손을 들어 바로를 축복했다.
바로가 물었다.
"그대의 나이가 얼마나 되었소?"
야곱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흐린 눈이 잠시 먼 데를 더듬었다.
"제가 나그네로 떠돈 세월이 백삼십 년입니다. 제 나이는 얼마 되지 않아 제 조상들이 나그네로 살아온 세월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험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방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향 연기만이 가늘게 흔들렸다. 야곱은 다시 한 번 바로를 축복하고, 그 앞에서 물러 나왔다.
요셉은 바로가 명한 대로 아버지와 형들에게 살 곳을 주었다. 애굽에서 좋은 땅인 라암세스를 그들의 몫으로 삼게 했다. 그리고 아버지와 형들과 아버지의 온 집안에 식구 수를 따라 양식을 나누어 먹였다.
그러나 기근은 더욱 깊어졌다. 사방 어디에도 먹을 것이 없었다. 애굽 땅도 가나안 땅도 굶주림에 지쳐 쓰러져 갔다. 밭은 쩍쩍 갈라졌고, 뜨거운 바람은 흙먼지만 실어 날랐다.
사람들은 곡식을 사러 왔고, 요셉은 곡식을 팔았다. 애굽 땅과 가나안 땅의 돈이 하나도 남김없이 그의 손을 거쳐 바로의 궁으로 흘러 들어갔다.
마침내 애굽에도 가나안에도 돈이 바닥났다. 애굽 백성이 모두 요셉에게 몰려왔다.
"돈이 다 떨어졌습니다. 저희에게 먹을 것을 주십시오. 어찌 저희가 주인 앞에서 죽어야 합니까?"
"너희 가축을 내놓아라. 돈이 떨어졌다면 가축과 바꾸어 주겠다."
그들은 가축을 끌고 왔다. 말과 양 떼와 소 떼와 나귀가 먼지를 일으키며 줄지어 들어왔다. 요셉은 그것들을 받고 곡식을 내주었다. 그해 한 해 동안 그는 그 모든 가축을 받고 그들을 먹여 살렸다.
그해가 저물고 새해가 왔다. 무리가 다시 요셉 앞에 섰다. 광대뼈가 불거진 여윈 얼굴들이었다.
"주인께 숨기지 않겠습니다. 저희 돈은 다 떨어졌고 가축 떼도 주인께 넘어갔습니다. 이제 주인께 내놓을 것이라고는 저희 몸과 밭밖에 없습니다. 어찌 저희가 밭과 함께 주인 눈앞에서 죽겠습니까? 저희 몸과 저희 땅을 양식으로 사 주십시오. 저희가 땅과 함께 바로의 종이 되겠습니다. 씨앗을 주시면 저희가 살고 죽지 않을 것이며, 땅도 황폐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요셉은 애굽의 밭을 모두 사서 바로에게 바쳤다. 기근에 몰린 애굽 사람들이 저마다 밭을 팔았기 때문이다. 땅은 바로의 것이 되었다. 요셉은 애굽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백성을 성읍들로 옮겨 살게 했다.
다만 제사장들의 밭은 사지 않았다. 제사장들은 바로에게서 정해진 몫을 받아 먹고 살았으므로, 밭을 팔지 않았다.
요셉이 백성에게 말했다.
"오늘 내가 바로를 위하여 너희 몸과 너희 밭을 샀다. 여기 씨앗이 있으니 땅에 뿌려라. 거둔 것의 오분의 일은 바로에게 바치고, 나머지 넷은 너희가 가져라. 밭에 뿌릴 씨앗으로도 삼고, 너희와 너희 집 식구와 어린아이들의 양식으로도 삼아라."
"주인께서 저희를 살리셨습니다. 주인께 은혜를 입었으니 저희가 바로의 종이 되겠습니다."
요셉은 이것을 애굽 땅의 법으로 세웠다. 거둔 것의 오분의 일은 바로에게 바치되, 제사장들의 땅만은 바로의 것이 되지 않았다. 그 법은 그 뒤로도 오래도록 애굽에 남았다.
이스라엘 족속은 애굽의 고센 땅에 자리 잡고 살았다. 그곳에서 재산을 얻었고, 자식을 낳고 크게 번성했다. 저녁마다 들판 위로 양 떼를 부르는 목자들의 소리가 퍼졌다.
야곱은 애굽 땅에서 열일곱 해를 살았다. 그의 나이가 백사십칠 세가 되었다.
이스라엘이 죽을 날이 가까워졌다. 그는 아들 요셉을 불렀다. 어둑한 방 안에서 등불 하나가 흔들렸고, 노인의 숨소리는 얕고 길었다.
"내가 네게 은혜를 입었다면, 청하건대 네 손을 내 허벅지 밑에 넣어라. 나를 사랑과 진실로 대하여 애굽에 묻지 않겠다고 맹세하여라. 내가 조상들과 함께 눕거든, 너는 나를 애굽에서 메고 나가 조상들이 묻힌 곳에 묻어 다오."
"아버지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야곱의 손이 아들의 팔을 붙들었다.
"내게 맹세하여라."
요셉이 맹세했다. 이스라엘은 침상 머리에서 몸을 굽혀 경배했다. 등불이 한 번 크게 흔들리다가 다시 고요해졌다.
이 글은 성경 본문이 아니라, 본문의 줄거리를 소설로 풀어 쓴 글입니다. 사건과 이름과 숫자는 본문을 따랐고, 풍경과 몸짓 같은 묘사는 읽는 맛을 위해 보탠 것입니다. AI가 쓴 초안에서 시작한 글이니 본문과 다른 곳이 보이면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