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보는 창세기전 · 34편 / 모두 50편
세겜 성문의 칼
창세기 34장을 한 편의 소설로 풀어 쓴 글입니다. · 풀이와 해석이 있는 글로 보기
세겜 성 앞, 야곱의 장막들이 늘어선 밭 위로 아침 볕이 내려앉았다. 성벽 너머에서 절구 찧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넘어왔다.
레아가 야곱에게 낳은 딸 디나가 장막을 나섰다. 그 땅의 여자들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마른 흙 위에 찍힌 가벼운 발자국이 성 쪽으로 이어지다 사라졌다.
히위 족속 하몰에게는 세겜이라는 아들이 있었고, 그 세겜이 그 땅의 추장이었다. 세겜이 디나를 보았다. 그는 그녀를 붙잡아 끌어들였고, 욕보였다.
그 뒤로 세겜의 마음은 야곱의 딸 디나에게 깊이 매달렸다. 그는 그 소녀를 사랑했고, 다정한 말로 그녀를 달래려 했다. 그리고 아버지 하몰에게 가서 청했다.
"이 소녀를 제 아내로 얻게 해 주십시오."
소식은 야곱의 장막에도 닿았다. 세겜이 그의 딸 디나를 더럽혔다는 것이었다. 아들들은 모두 들에 나가 가축을 치고 있었다. 야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들들이 돌아오기까지 잠잠히 앉아 있었다. 장막 안의 등불만 낮게 흔들렸다.
그사이 하몰이 야곱과 말하려고 성에서 나왔다.
들에 있던 야곱의 아들들도 이 일을 들었다. 그들은 서둘러 돌아왔다. 저마다 얼굴이 어둡게 일그러졌고, 분노가 그들을 사로잡았다. 세겜이 야곱의 딸을 욕보여 이스라엘에게 부끄러운 일,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장막 앞에서 하몰이 그들을 마주했다. 그의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였다.
"내 아들 세겜이 마음으로 그대들의 딸을 그리워하고 있소. 부디 그 아이를 세겜에게 주어 아내로 삼게 해 주시오. 우리와 혼인을 맺읍시다. 그대들의 딸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 딸들을 그대들이 데려가시오. 우리와 함께 사시오. 땅이 그대들 앞에 열려 있으니 여기 머물며 장사도 하고, 여기서 땅을 얻어 자리를 잡으시오."
세겜도 디나의 아버지와 오라비들 앞에 나섰다.
"제가 여러분께 호의를 얻게 해 주십시오. 무엇을 청하시든 다 드리겠습니다. 신부의 값과 예물을 아무리 크게 부르셔도 말씀하시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이 소녀만 제게 주어 아내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야곱의 아들들은 서로 눈을 맞추었다. 세겜이 그들의 누이 디나를 더럽혔기에, 그들은 속임수를 품고 대답했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소. 할례를 받지 않은 사람에게 우리 누이를 줄 수는 없소. 그것은 우리에게 수치가 되오. 다만 이렇게 하면 허락하겠소. 그대들 가운데 남자가 모두 할례를 받아 우리처럼 된다면, 우리 딸들을 그대들에게 주고 그대들의 딸들을 우리가 데려오며, 그대들과 함께 살아 한 민족이 되겠소. 그러나 우리 말을 듣지 않고 할례를 받지 않겠다면, 우리는 우리 딸을 데리고 떠나겠소."
하몰과 세겜은 그 말을 좋게 여겼다. 젊은 세겜은 그 일을 조금도 미루지 않았다. 그는 야곱의 딸을 사랑했고, 아버지의 집안에서 누구보다 존귀한 사람이었다.
부자는 성문으로 가서 그 고을 사람들 앞에 섰다.
"이 사람들은 우리와 사이좋게 지내는 이들이오. 이 땅은 넓어서 그들을 넉넉히 받아들일 만하오. 그들이 여기서 살며 장사하게 합시다. 우리는 그들의 딸들을 아내로 맞고, 우리 딸들도 그들에게 줍시다. 다만 그들이 할례를 받은 것처럼 우리 남자들도 모두 할례를 받아야, 그들이 우리와 함께 살며 한 민족이 되기를 허락할 것이오. 그렇게 되면 그들의 가축과 재산과 모든 짐승이 다 우리 것이 되지 않겠소? 그러니 그들의 말대로만 합시다. 그러면 그들이 우리와 함께 살 것이오."
성문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이 하몰과 세겜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성문을 드나드는 남자들이 모두 할례를 받았다.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성 안의 남자들은 상처의 고통에 시달리며 누워 있었다. 신음이 담장 사이로 낮게 흘렀다.
그때 디나의 오라비, 야곱의 두 아들 시므온과 레위가 저마다 칼을 들고 나섰다. 그들은 아무도 모르게 성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성의 모든 남자를 죽였다. 하몰과 그의 아들 세겜도 칼로 죽였다. 그리고 세겜의 집에서 디나를 데리고 나왔다.
야곱의 여러 아들이 시체가 널린 성으로 들어갔다. 자기들의 누이가 더럽혀졌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양과 소와 나귀를 끌어냈고, 성 안에 있는 것과 들에 있는 것을 거두었다. 모든 재물을 빼앗고, 아이들과 여인들을 사로잡고, 집 안의 물건까지 남김없이 쓸어 갔다.
해가 기울 무렵, 야곱이 시므온과 레위를 불러 세웠다. 그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너희가 나를 곤경에 빠뜨렸구나. 이 땅에 사는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이 나를 역겨워하게 만들었다. 나는 수가 적다. 그들이 모여서 나를 치면 나는 죽을 것이고, 나와 내 집이 멸망할 것이다."
두 아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칼자루를 쥔 손에 핏자국이 아직 마르지 않았다.
"그가 우리 누이를 창녀처럼 대했는데, 그냥 두어야 했단 말입니까?"
야곱은 대답하지 않았다. 세겜 성 쪽에서 불어온 저녁 바람이 장막 자락을 흔들고 지나갔다.
이 글은 성경 본문이 아니라, 본문의 줄거리를 소설로 풀어 쓴 글입니다. 사건과 이름과 숫자는 본문을 따랐고, 풍경과 몸짓 같은 묘사는 읽는 맛을 위해 보탠 것입니다. AI가 쓴 초안에서 시작한 글이니 본문과 다른 곳이 보이면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