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보는 창세기전 · 27편 / 모두 50편
눈먼 아버지의 축복
창세기 27장을 한 편의 소설로 풀어 쓴 글입니다. · 풀이와 해석이 있는 글로 보기
장막 안은 한낮에도 어둑했다. 이삭은 양털 깔개에 몸을 기댄 채 입구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휘장 틈으로 햇빛이 비쳐 들었으나 그의 눈에는 희뿌연 안개처럼 번질 뿐이었다. 나이가 많아 눈이 어두워진 지 오래였다. 이제 그는 사람을 얼굴이 아니라 발소리와 목소리로 알아보았다.
그가 맏아들 에서를 불렀다.
"내 아들아."
무거운 발소리가 다가왔다. 휘장이 젖혀지자 들판의 바람과 짐승 냄새가 함께 밀려들었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나는 이제 늙었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구나."
이삭은 한동안 숨을 고르고 나서 말을 이었다.
"그러니 네 사냥 도구, 화살통과 활을 챙겨 들로 나가거라. 나를 위해 짐승을 잡아다가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가져오너라. 내가 그것을 먹고 죽기 전에 마음껏 너를 축복하겠다."
에서는 활을 메고 장막을 나섰다. 그의 그림자가 먼지 이는 들길을 따라 멀어져 갔다.
휘장 너머에서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있었다. 리브가였다. 그녀는 에서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서 있다가, 몸을 돌려 작은아들 야곱을 찾았다.
"내가 들었다. 네 아버지가 네 형 에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를 위해 짐승을 잡아다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게 하여라. 그러면 죽기 전에 여호와 앞에서 너를 축복하겠다."
리브가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한 마디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니 내 아들아, 내 말을 듣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염소 떼에 가서 좋은 새끼를 끌고 오너라. 내가 그것으로 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만들겠다. 너는 그것을 아버지께 가져가 잡숫게 하여라. 그러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너를 축복하실 것이다."
야곱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자기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형 에서는 털이 많은 사람이고 저는 피부가 매끈한 사람입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만져 보시면 제가 아버지를 속이는 자로 보일 것입니다. 그러면 복은커녕 저주를 받고 말 것입니다."
"내 아들아, 네가 받을 저주는 내가 받겠다. 너는 내 말만 듣고 가서 끌고 오너라."
야곱은 염소 떼 쪽으로 걸어갔다. 잠시 뒤 그는 버둥거리는 염소 새끼를 안고 돌아왔다. 곧 장막 뒤편 화덕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고기 굽는 냄새가 번지고, 리브가의 손이 바삐 움직였다. 그녀는 남편이 좋아하는 바로 그 맛을 알고 있었다.
음식이 다 되자 리브가는 자기 처소에 넣어 두었던 맏아들 에서의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왔다. 들판의 흙냄새와 풀 냄새가 깊이 밴 옷이었다. 그녀는 그 옷을 야곱에게 입혔다. 그리고 벗겨 낸 염소 새끼의 가죽을 야곱의 손등과 매끈한 목덜미에 덮어 감쌌다. 거친 털이 살갗을 따끔하게 찔렀다.
리브가는 김이 오르는 음식과 빵을 아들의 손에 쥐여 주었다.
야곱은 아버지의 장막 앞에 섰다. 휘장을 젖히는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아버지."
"그래, 내가 여기 있다. 내 아들아, 너는 누구냐?"
짧은 침묵이 흘렀다.
"저는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입니다. 아버지께서 시키신 대로 했습니다. 일어나 앉으셔서 제가 사냥한 고기를 잡수시고, 마음껏 저를 축복해 주십시오."
이삭은 몸을 일으키다 말고 멈추었다.
"내 아들아,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잡았느냐?"
"아버지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제가 짐승을 쉽게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장막 안이 고요해졌다. 화덕의 재가 내려앉는 소리마저 들릴 것 같았다.
"내 아들아, 가까이 오너라. 네가 정말 내 아들 에서인지 아닌지 만져 보아야겠다."
야곱이 무릎걸음으로 다가갔다. 주름지고 마른 손이 더듬더듬 내려와 그의 손등에 닿았다. 염소 털 위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목소리는 야곱의 목소리인데, 손은 에서의 손이로구나."
털이 형 에서의 손처럼 거칠었으므로, 이삭은 끝내 그를 분별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한 번 더 물었다.
"네가 정말 내 아들 에서냐?"
"그렇습니다."
"그럼 가져오너라. 내 아들이 사냥한 고기를 먹고 마음껏 너를 축복하겠다."
야곱이 음식을 올리자 이삭은 그것을 먹었다. 포도주를 가져가자 그것도 마셨다. 이윽고 이삭이 말했다.
"내 아들아, 가까이 와서 내게 입을 맞추어라."
야곱이 몸을 숙여 아버지에게 입을 맞추었다. 이삭은 아들의 옷에 밴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들판의 흙냄새, 마른 풀과 바람의 냄새였다. 늙은 얼굴에 빛이 번졌다. 그는 두 손을 들어 축복했다.
"보아라, 내 아들의 냄새는 여호와께서 복을 주신 밭의 냄새로구나. 하나님께서 네게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진 것을 주시고, 곡식과 포도주를 풍성하게 주시기를 바란다. 뭇 백성이 너를 섬기고, 여러 나라가 네 앞에 엎드리기를 바란다. 너는 형제들의 주인이 되고, 네 어머니의 아들들이 네게 엎드릴 것이다. 너를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너를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기를 바란다."
축복이 끝났다. 야곱은 아버지 앞에서 물러 나와 휘장을 내렸다.
바로 그때 들 끝에서 에서가 돌아왔다. 어깨에는 잡은 짐승이 걸려 있었고, 얼굴은 햇볕과 땀으로 번들거렸다. 그도 서둘러 음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릇을 받쳐 들고 아버지의 장막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일어나셔서 아들이 사냥한 고기를 잡수시고 마음껏 저를 축복해 주십시오."
"너는 누구냐?"
"저는 아버지의 아들,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입니다."
이삭의 몸이 크게, 아주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깔개를 짚은 손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그렇다면 사냥한 고기를 내게 가져온 자는 누구냐? 네가 오기 전에 내가 그것을 다 먹고 그를 축복했다. 그는 반드시 복을 받을 것이다."
그릇이 에서의 손에서 기울었다. 그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장막이 흔들릴 만큼 크고 서러운 울음이었다.
"아버지, 저를 축복해 주십시오. 저에게도 그렇게 해 주십시오!"
"네 아우가 교묘하게 속이고 와서 네 복을 빼앗아 갔다."
"그 녀석 이름이 야곱인 것이 딱 맞지 않습니까? 저를 속인 것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전에는 제 맏아들의 권리를 빼앗더니, 이제는 제 복까지 빼앗았습니다."
에서는 아버지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아버지, 저를 위해 남겨 두신 복은 없습니까?"
이삭의 흐린 눈이 허공을 헤맸다.
"내가 그를 네 주인으로 세웠고, 그의 형제들을 모두 그에게 종으로 주었다. 곡식과 포도주로 그를 붙들어 주었다. 내 아들아, 이제 내가 너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겠느냐?"
"아버지, 아버지께 있는 복이 그것 하나뿐입니까? 아버지, 저를 축복해 주십시오. 저에게도 그렇게 해 주십시오!"
에서는 목 놓아 울었다. 울음소리가 장막 밖 들판까지 번져 나갔다.
한참 뒤 이삭이 입을 열었다.
"네가 살 곳은 땅의 기름진 곳에서 멀고, 위에서 내리는 하늘 이슬에서도 멀 것이다. 너는 칼을 의지해 살아가고, 네 아우를 섬길 것이다. 그러나 네가 매인 것을 벗어날 때가 오면, 그 멍에를 네 목에서 떨쳐 버릴 것이다."
그날 이후 에서는 아버지가 야곱에게 준 그 축복 때문에 야곱을 미워했다. 그는 속으로 이를 갈며 말했다.
'아버지를 위해 곡할 날도 멀지 않았다. 그때가 오면 내 아우 야곱을 죽이리라.'
그 말이 리브가의 귀에 들어갔다. 그녀는 사람을 보내 작은아들 야곱을 불렀다. 저녁 등불이 장막 벽에 흔들리는 그림자를 드리웠다.
"네 형 에서가 너를 죽여서 분을 풀려고 한다. 그러니 내 아들아, 내 말을 들어라. 당장 일어나 하란으로 가서 내 오라버니 라반에게 몸을 피하여라. 네 형의 화가 풀릴 때까지 며칠 동안 그와 함께 지내거라. 네 형의 분노가 가라앉고 네가 한 일을 잊어버리면, 내가 사람을 보내 너를 데려오겠다."
리브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어찌 내가 하루에 너희 둘을 다 잃겠느냐."
그러고 나서 리브가는 이삭에게 갔다. 그녀는 늙은 남편 곁에 앉아 오래 말이 없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는 헷 사람의 딸들 때문에 사는 것이 싫어졌습니다. 야곱마저 이 땅의 딸들, 저 헷 사람의 딸들 가운데서 아내를 맞는다면, 제가 무슨 낙으로 살겠습니까?"
장막 밖에는 밤바람이 불었다. 등불이 가늘게 흔들렸고, 이삭은 보이지 않는 눈으로 오래도록 어둠을 향해 앉아 있었다.
이 글은 성경 본문이 아니라, 본문의 줄거리를 소설로 풀어 쓴 글입니다. 사건과 이름과 숫자는 본문을 따랐고, 풍경과 몸짓 같은 묘사는 읽는 맛을 위해 보탠 것입니다. AI가 쓴 초안에서 시작한 글이니 본문과 다른 곳이 보이면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