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보는 창세기전 · 23편 / 모두 50편
막벨라의 굴
창세기 23장을 한 편의 소설로 풀어 쓴 글입니다. · 풀이와 해석이 있는 글로 보기
헤브론의 밤은 고요했다. 기럇아르바라고도 불리는 그 땅의 언덕 위로 별이 차갑게 떠 있었고, 장막 안에서는 등불 하나가 낮게 흔들렸다.
사라가 숨을 거두었다. 백스물일곱 해를 살고서였다.
아브라함이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누운 아내 곁에 무릎을 꿇었다. 등불이 그의 흰 수염과 주름진 손등을 비추었다. 그는 오래도록 소리 내어 울었다. 곡하는 소리가 휘장을 넘어 밤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날이 밝았다가 다시 저물었다.
마침내 아브라함이 주검 앞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아내의 얼굴을 한 번 더 내려다본 뒤 장막을 나섰다.
성문 앞 너른 마당에 헷 족속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 땅에서 대대로 살아온 이들이었다. 그들의 땅에서 아브라함은 한 뼘의 흙도 가진 것이 없었다. 성벽 그림자 아래 앉은 사람들이 먼지 묻은 그의 겉옷과 붉게 짓무른 눈을 보았다.
"나는 여러분 가운데 사는 나그네요, 잠시 몸 붙여 사는 사람입니다."
아브라함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청하오니 여러분 가운데서 내게 무덤 자리를 주어 내 소유로 삼게 해 주십시오. 그래야 내가 나의 죽은 이를 내어다 장사할 수 있겠습니다."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이윽고 헷 족속이 대답했다.
"내 주여, 들어 보십시오. 당신은 우리 가운데 계신 하나님의 지도자이십니다. 우리 무덤 가운데 가장 좋은 곳을 골라 당신의 죽은 이를 장사하십시오. 우리 중 누구도 자기 무덤에 당신의 죽은 이를 모시는 것을 막지 않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일어나 그 땅에 사는 헷 족속을 향해 몸을 깊이 굽혔다.
"내가 나의 죽은 이를 내어다 장사하는 것이 여러분의 뜻이라면, 내 말을 듣고 나를 위하여 소할의 아들 에브론에게 청해 주십시오. 그의 밭머리에 있는 막벨라 굴을 내게 주게 해 주십시오. 제값을 다 치를 터이니, 그 굴을 내게 주어 여러분 가운데 내 소유의 무덤이 되게 해 주십시오."
그때 에브론은 헷 족속 사이에 앉아 있었다. 성문으로 들어온 모든 이가 듣는 가운데 그가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내 주여. 내 말을 들으십시오. 그 밭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그 안의 굴도 드리겠습니다. 내 동족이 보는 앞에서 드리니, 당신의 죽은 이를 장사하십시오."
사람들의 눈이 아브라함에게로 쏠렸다. 바람이 성문 기둥 사이로 흙먼지를 몰고 지나갔다. 아브라함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가 다시 그 땅 백성 앞에 몸을 굽혔다. 그리고 모두가 듣는 데서 에브론에게 말했다.
"당신이 좋게 여긴다면 부디 내 말을 들어 주십시오. 내가 그 밭값을 치르겠으니 받아 주십시오. 그래야 내가 나의 죽은 이를 거기에 장사하겠습니다."
에브론이 대답했다.
"내 주여, 들어 보십시오. 그 땅값은 은 사백 세겔입니다. 하지만 나와 당신 사이에 그것이 무슨 대수겠습니까. 당신의 죽은 이를 장사하십시오."
아브라함은 그 말을 그대로 따랐다. 저울이 놓였다. 상인들 사이에 두루 쓰이는 은이 저울판에 하나씩 올랐다. 은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성문 아래 고요 속에서 또렷이 울렸다. 사백 세겔. 헷 족속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브라함은 에브론이 말한 값을 모자람 없이 달아 그의 손에 넘겼다.
그리하여 마므레 앞 막벨라에 있던 에브론의 밭이, 그 안의 굴과 밭 둘레를 두른 나무들까지 모두, 성문에 모인 헷 족속 앞에서 아브라함의 소유로 정해졌다.
그 뒤에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를 그곳으로 옮겼다. 가나안 땅, 마므레 앞의 막벨라 밭이었다. 마므레는 곧 헤브론이었다. 기우는 햇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길게 드리웠다. 굴 어귀는 서늘했고 바위 속은 어두웠다. 아브라함은 그 어둠 속에 사라를 눕혔다.
그 밭과 그 안의 굴은 이렇게 헷 족속 앞에서 아브라함의 소유 무덤으로 정해졌다. 굴 어귀로 저녁 바람이 불어 들었고, 둘레의 나무들이 오래도록 잎을 흔들었다.
이 글은 성경 본문이 아니라, 본문의 줄거리를 소설로 풀어 쓴 글입니다. 사건과 이름과 숫자는 본문을 따랐고, 풍경과 몸짓 같은 묘사는 읽는 맛을 위해 보탠 것입니다. AI가 쓴 초안에서 시작한 글이니 본문과 다른 곳이 보이면 알려 주세요.